[아이뉴스24 김주훈,라창현 기자] 협치의 발판이 마련될 줄 알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오히려 야권의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 '채상병 특검·민생회복지원금' 등 야당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있기 때문이다. '총선 민의'를 외면한 행보라고 규정한 야당은 공세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약 21개월 만이다. 그동안 쌓인 여러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에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지켜봤지만 결과는 역시"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채상병 특검법과 이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압박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었다. 다만 여당 일부에서 '조건부 수용' 주장이 제기됐고, 윤 대통령도 여소야대 속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일부 수용 입장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은 "지금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진행 중인 이런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지켜보자"라는 입장을 내놨다. 야당이 요구한 특검 수용을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하자, 민주당은 "이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여 공세는 이날을 기점으로 수위가 높아진 모양새다. 정부여당을 향해 "우리의 경고를 가볍게 흘려듣지 말라"고 경고한 강성 '친명'(친이재명) 박찬대 원내대표는 강력한 '입법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당장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열리게 될 6월 임시국회에서 각종 개혁입법과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한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된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과 방송3법 등이 포함된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생·개혁입법, 특검법 등을 계속 발의할 텐데, 몇 번이나 거부하는지 한번 지켜보고 싶다"며 "'오늘 윤 대통령이 '100번째 거부권 행사했습니다' '200번째 거부권 행사했습니다'라는 게 가능할까"라고 경고했다.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주장하는 조국혁신당의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김보협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3년은 너무 길다'라는 민심에 화답하겠다"며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민생도 살아나는데, 물가도 못 잡고 민생 회복 대책도 없는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의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윤석열 정부 심판' 기조는 급기야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정국은 어느 때보다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조국혁신당뿐만 아니라, 박 원내대표도 '이후 발생할 모든 일'이라는 발언으로 탄핵 추진을 시사하면서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탄핵을 염두에 둔 것인지에 대해 "당은 한 번도 (탄핵 등 발언을)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은 그 이후 할 수 있는 모든 항의와 촉구 행동에 나설 것이고 시민 사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충분한 예상이 가능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 조기종식이 탄핵을 의미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기 종식을 바로 탄핵과 동일시하는 것은 굉장히 좁게 보는 것"이라면서도 "조기 종식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탄핵도 그중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강공 모드'를 강화하면서 여당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추경호 의원은 대야 협상 전략에 대해 "당리당략에 치우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대해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며 "국민과 함께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는 강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또한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서도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이) 오늘 말씀드린 상황은 전반적으로 다 같이 생각한다"며 거부권 행사에 힘을 실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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