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일본 대표 메신저로 성장한 라인(LINE)의 성공 스토리는 네이버의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5년 전 일본 소프트뱅크는 그런 네이버 라인에 구애를 펼쳤고 라인야후가 탄생했다. 당시 라인과의 협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일본이 이제는 지분을 내놓으라며 압박하고 있다. 선의를 저버린 일본의 태도에 국내 여론은 '네이버 라인 강탈'로 들끓고 있다.
◇"지진에 전화도, 문자도 어려울 때 라인으로"
2011년 3월 규모 9.0에 달했던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교통은 마비되고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사용할 수 없었다. 순간적인 통신망 과부하로 전화마저 먹통이 됐다.
사람들은 가족과 지인에게 생사를 알리기 위해 문자 메시지 대신 메신저 앱을 사용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나온 라인은 커뮤니케이션(소통) 수단이 절실했던 현지의 수요를 충족시켰고 출시 6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 1000만건을 기록하며 저변을 넓혀갔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도 라인은 진가를 발휘했다. 당시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구마모토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담임 교사가 학생들의 생존 사실을 라인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전화가 되지 않는 학생의 안부를 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지진 현장에서는 가족과 함께 무너진 주택 아래에 깔려 있던 한 청소년이 라인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알려 1시간 여 만에 구조된 일화도 있다. 구마모토시 공무원들은 라인을 통해 소통하고 재해 대응 활동을 실시하기도 했다. 라인은 그렇게 일본을 대표하는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대규모 적자 내던 소프트뱅크에도 경영통합은 기회"
라인을 자회사로 뒀던 네이버와 야후재팬(검색)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는 2019년 11월 경영통합을 결정했고 라인야후는 출범했다. 네이버·소프트뱅크→A홀딩스→라인야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라인야후의 실질적 모회사인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각각 절반(50%)씩 가지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의 지분을 1주라도 더 가지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 주도권을 잃게 된다..
경영통합 선언이 있었던 2019년 당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소프트뱅크에 라인과 네이버는 '혈맹' 관계를 구축할 만큼 중요한 파트너였다. 3월 결산인 소프트뱅크그룹의 2019회계연도(2019.4~2020.3) 적자는 9615억엔(약 11조원)이었다. 2018회계연도에 1조4111억엔 흑자 대비 적자로 돌아섰던 상황으로,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일본 기업의 분기 적자액으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미국 오피스(사무실) 공유 기업 위워크의 경영 부진 등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 전략을 향한 '역풍'이 불고 있던 가운데, 손 회장이 라인과의 경영통합을 통해 일본 온라인 시장에서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구상일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러브콜' 보냈던 日→라인야후 "네이버에 지분 변경 강력 요청"
네이버 라인을 향한 일본측 인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카와베 켄타로 라인야후(LY주식회사) 대표이사 회장은 라인(네이버) 측에 매년 "뭔가 큰일을 함께 하고 싶다"며 집요하게 합병을 제안했다.
데자와 츠요시 라인 사장도 2019년 11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경영통합 기본 합의서를 체결한 후 "최근 수년 간 카와베 사장과 연 1회 정도 정보 교환을 하기 위해 만났는데 그 때마다 '큰일을 하자'고 했다"며 "Z홀딩스(당시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지속적으로 제안을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CEO)은 "일본의 존재감은 대단히 작은 데다가 다양한 산업이 디지털화(化)하고 있는데 그 차이가 점점 커지면 국력이나 문화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통합이) 이용자, 가맹점의 편의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쳐지면 경쟁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랬던 일본 파트너들의 입장은 최근 돌변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CEO)은 최근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라인야후 사내이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네이버가 일군 글로벌 서비스 '라인이 자칫 일본 기업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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