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최근 증가하는 악성민원에 대구 수성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2일 수성구에 따르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 업무를 담당했던 A팀장은 민원인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도 부서를 옮길 때마다 괴롭힘을 당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 상담을 빌미로 수시로 전화나 방문을 통해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까지 시달리는 게 다반사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악성민원인의 횡포로 인한 피해는 비단 공무원만 겪는 일이 아니다.
민원 업무로 구청을 방문한 주민 B씨는 공무원에게 계속해 고성과 욕설을 하는 민원인을 보고 이를 말리려다 오히려 위협을 당했다.
청원경찰의 만류에도 계속된 고성은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종료됐는데 놀란 마음은 하루종일 진정되지 않았다.
수성구는 최근 이같이 증가하는 악성민원에 대한 근절대책을 마련,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에 적극 대응하고 소속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
악성민원 근절을 위한 주요 대책으로 악성민원 전담 안전요원 배치, 민원응대공무원 보호위원회 운영, 공무원 보호조치 강화, 안전한 민원환경 조성 등을 추진한다.
악성 민원인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수성구는 이달부터 전담 안전요원을 채용해 구청 종합민원실과 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에 배치했다.
민원실 내 상시 근무하는 안전요원은 악성 민원인이 위협 행동을 보이면 주민과 공무원을 보호하고 녹화·녹음 등 증거물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다.
수성구는 지난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악성민원에 대한 공무원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민원응대공무원 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 구성 및 운영 규정을 신설하고 소송비 등 법률지원 예산을 마련했다.
구의원, 공무원노동조합, 변호사, 현직경찰, 심리상담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만간 열어 그동안 추진해 온 공무원 보호·지원 방안과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특히, 위원회는 앞으로 악성 민원인 고발 등 법적 대응 여부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를 피해공무원이 혼자 부담하는 게 아닌, 구청이 주체가 돼 기관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고 악성민원인에게 법률적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
최근 공무원 개인 신상정보의 과도한 공개로 악성민원인들의 표적이 될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구청 홈페이지에서 직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부서 출입구에 부착된 직원안내도에는 사진을 삭제해 공무원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아울러 수성구는 비상대응반 편성, 경찰 합동 비상훈련 실시, 특이민원 역량강화 교육으로 직원 비상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민원실 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 추가 설치 등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구청, 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에 웨어러블 캠 등 휴대용 보호장비 45대를 도입하고 올해는 민원 접점 부서에 16대를 추가로 배부하기도 했다.
이밖에 민원담당공무원 대상 힐링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으며, 악성민원으로부터 정신적 고통을 겪는 직원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상설 운영과 특이민원 피해공무원을 위한 의료비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악성민원으로 행정력에 누수가 생기면 결국 민원행정서비스 약화로 이어지므로 주민들의 행정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악성민원에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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