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소통 시장"을 강조하며 지난 4.10총선과 함께 치러진 경상남도 밀양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병구 밀양시장이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가진 출입 기자 간담회를 두고 지역 언론계가 시끌하다.
소통의 첫걸음을 떼는 기자간담회가 일부 특정 언론사로 국한되면서 안 시장이 선거 기간 내내 강조하던 소통에 대한 의구심이 일면서다.
안 시장은 지난 11일 취임 당일 첫 외부 일정으로 출입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밀양시는 출입 기자로 등록된 160여 곳 언론사 가운데 20여 곳의 언론사 기자들만 따로 불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은 일부 언론들은 안 시장의 소통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반발했다.
이에 지역 일각에선 안 시장이 전임 시장 시절 삐뚤어진 언론관과 허물어진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성공한 시장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이 자리에 참석한 기자 상당수도 밀양시의 그릇된 언론관을 비판하며 한 목소리로 안 시장의 진정성 있는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안 시장은 이날 오전 밀양 교동 충혼탑을 참배하고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민선 8기 제9대 밀양시장 취임식에 참석한 뒤 밀양시내 한 중화요리 음식점에서 출입 기자간담회를 겸한 점심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허동식 밀양부시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과 홍보 업무를 주관하는 공보전산담당관·팀장 및 관계자 등이 배석했다.
현재 밀양시는 박일호 전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는 처지다. 이에 박 전 시장의 총선 출마로 바통을 이어 받은 안 시장에겐 전례 없는 부패 척결과 전면적인 시정 쇄신을 위한 강력하고 개혁적인 드라이브가 요구되고 있다.
이렇듯 사안이 엄중함에도 밀양시는 언론 소통을 등한시 하고 일부 언론에 국한된 기자간담회를 열어 매를 벌었다는 냉소적인 지적을 받았다. 대게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장·군수가 취임 시에는 전체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여는 게 관례다.
이로써 소통을 강조하던 안 시장으로선 첫 행보부터 엇박자가 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칫 "소통 시장이 되겠다"는 안 시장의 선거 구호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임 시장 시절 '언론 통제'를 당한 경험이 있는 지역 언론계로선 안 시장의 첫 행보에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소통의 첫걸음이 언론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안 시장의 소통 행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데는 그만큼 언론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시민과의 소통이 곧 언론과의 소통이다. 언론은 어느 기관을 막론하고 주요 소통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중대한 역할을 하는 언론에 '안병구호'는 취임 첫날부터 입맛에 맞는 언론들만 불러 배를 채워 수십 만원의 혈세를 날려 스스로 빈축을 샀다.
이날 논란은 언론 업무를 주관하는 밀양시 공보팀에서 비롯됐다. '소통 시장'을 강조하던 안 시장의 이미지에 걸맞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간담회를 추진해도 늦지 않은데 안 시장의 이미지 연출에 앞선 나머지 성급하게 진행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측면이 있다.
또 박일호 전 시장 체재에서 만연한 그릇된 언론관이 이 같은 사태를 촉발하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임 시장 시절 언론 담당 공무원들은 시정 지적이나 박 전 시장 개인 비판 기사들을 막기에 급급했고 언론 탄압하는데 골머리를 앓았다는 얘기들이 지역 언론계에선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일부 지역 기자들은 박 전 시장에 대해 전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가 광고 배정에서 제외 당하는 등 심한 언론 통제를 받은 바 있다.
밀양시 관계자의 해명도 논란을 부추겼다.
<아이뉴스24>는 이날 특정 언론사 참석 여부 관련, 밀양시의 규정이나 내부 방침에 대해 질의하자 손윤식 밀양시 공보관은 "시간이 촉박하고 준비가 덜 돼 밀양시 주재기자(지역 거주기자)들에 한해서만 추진한 것"이라며 "따로 내부 방침이나 규정을 정해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손 공보관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날 참석한 기자들 중에는 타지역 언론사는 물론 지역 내 거주하지 않는 기자들도 더러 있었다.
특히 참석자 가운데는 제대로 된 언론 활동은 고사하고 기사 작성도 하지 못하는 기자도 참석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이는 언론을 관리하고 있는 밀양시의 실태를 제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번 사태 관련, 지역 언론계에선 안 시장에게 언론의 자유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박일호 전 시장 체제에서 '언론 통제'와 '언론 탄압'을 당해 트라우마를 겪었던 지역 언론으로선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 전임 시장 시절 밀양시의 삐뚤어진 언론관으로 탄압 당한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자간담회에 대해 "시장 하나 바꼈을뿐 공직자들은 바뀐 게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A 기자는 "안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무슨 정신이 있겠느냐"며 "기자간담회가 초스피드로 처리해야 할 현안 문제도 아닌데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조급하게 추진한 공무원들의 정신 상태가 심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섣부른 판단으로 업무를 추진한 공무원들이 소통 시장을 부르짖으며 출범한 안 시장을 취임 첫날부터 욕되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B 기자는 "박 전 시장 임기 때 축제 관련, 비판 기사를 적었다가 밀양시로부터 광고 배정에서 제외 당하는 등 굴욕적인 언론 통제를 당한 바 있다"며 "이를 지시한 박 전 시장도 한없이 나쁘지만 부당한 지시에 권력을 남용한 공직자들도 한통속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시장은 조속히 이러한 나쁜 악습을 과감히 제거하고 밀양시 공직자들의 삐뚤어진 언론관과 공직 기강을 확립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며 "'안병구호'의 성공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병구 밀양시장은 "바쁜 업무가 정리되는 대로 관련 사안들에 대해 소상히 들여다보고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과감히 뿌리 뽑겠다"며 "앞으로 언론에 대한 소통 강화는 물론 언론의 쓴소리에도 귀 기울여 바른 시정을 펼치는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안 시장은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실이 강한 도시, 지속해서 성장하는 밀양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면 비판하고 잘하면 칭찬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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