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정부는 왜 KT에 할당돼 있던 5G 28㎓ 800㎒ 대역만 신규 할당하고, 나머지(SK텔레콤 800㎒·LG유플러스 800㎒, 총 1600㎒)는 하지 않았을까. 28㎓는 KT 대역이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KT가 갖고 있는 기(旣)망을 활용하는 건 사전에 협의가 됐을 것이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다."
1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28㎓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전문가 토론회에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제4의 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가 KT가 기구축한 28㎓ 기지국 장비를 매입할 수도 있다는 보도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내놨다.
앞서 정부는 이동통신 3사가 할당 받아 사용 중이던 5G 28㎓ 주파수 대역 총 2400㎒ 폭(각 800㎒)을 할당 취소하고 이중 800㎒ 폭인 26.5~27.3㎓ 대역에 대해 주파수 경매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지엑스가 경쟁 입찰사인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 등을 제치고 4301억 원에 해당 주파수를 낙찰 받았다.
스테이지엑스가 낙찰 받은 26.5~27.3㎓ 대역은 KT가 기지국 의무구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정부에 반납한 대역이다. 정부가 주인을 잃은 5G 28㎓ 총 2400㎒폭 중 KT 몫인 800㎒만 주파수 할당을 진행하고,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낙찰받게 된 배경엔 정부와 KT 간 사전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안 수석의 시각이다.
◇KT가 세운 5G 28㎓ 기지국, 제4이통사에?…"양 측 부인하지만, 사실이라면"
안 수석이 이같은 견해를 내놓은 건 KT가 기구축한 5G 28㎓ 기지국 장비를 제4이통사에 매각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가 주파수 할당 취소 이전까지 구축한 28㎓ 장비 5050여 대 중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대역과 동일한 장비는 KT가 구축한 1500여 대다. 스테이지엑스 입장에선 기구축 장비 매입을 통해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KT 입장에서도 무용지물이 된 장비를 캐시로 바꿀 수 있다. 서로 윈윈 구조라는 의미다.
다만 양 측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어 이 같은 거래가 실제로 이어질 지 미지수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대가 올해분(430억 원) 납부는 물론, 아직 법인 설립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기지국 매입에 대해 논의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른 측면이다. 관련해 KT 측은 "스테이지엑스와 협력 방안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스테이지엑스도 "논의된 바 없고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안 수석은 양사간 실제 거래가 이어질 경우 KT로부터 사들이는 기지국 장비는 의무구축 수량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공고에 따라 3년 이내 28㎓ 기지국 장비를 최소 6000대 구축해야 한다. 안 수석은 "의무 구축 수라는 것은 기존에 있는 것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신규 구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문헌적 해석을 하더라도 명확한 사실"이라며 기 장비 매입 시 의무 구축량에선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테이지엑스, 재정정 능력 검증 부재…"6128억 조달 우려 목소리 ↑"
이날 28㎓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여자들은 스테이지엑스가 5G 28㎓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충분한 자본을 동원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지엑스가 제시한 3년간 최소 투자액은 주파수 할당대가인 4301억 원과 통신 인프라 등을 포함한 총 6128억 원인데, (이 자본이) 계속 조달될 수 있을지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변 의원은 "스테이지엑스의 지주사 격인 스테이지파이브의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주사의) 자본잠식 상태가 상당하다"며 "지난 1월 개최된 토론회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규제 완화로 인해 정부가 사업자의 재정적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신규 사업자의 재정적 능력 부족 등 여러 의구심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후발사업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동통신 정책이 후발사업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시장에서의 경쟁, 소비자 후생이 사라져 버렸다"며 "만일 (스테이지엑스가) 시장에서 실패하면, 시장에 맞는 사업자를 다시 선정·할당해서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스테이지엑스가 국민과 정부에 약속한 자본 확충과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정부 지원에 의지해 이동통신사업을 영위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정부는 잘못된 지원으로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주파수 경매를 통해 5G 28㎓ 대역을 확보한 스테이지엑스는 오는 5월4일까지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주파수 경매대가의 10%인 430억 원을 일시 지불해야 한다. 스테이지엑스는 법인 설립을 완료하는대로 주파수 올해치 할당대가를 납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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