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상고심 재판부가 결정된 가운데 이후 재판 향방이 주목된다. 1, 2심 판단 법리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된 상황에서 동일하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된 데다가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조 대표는 곧바로 수감되기 때문이다. 형기가 종료되더라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은 나올 수 없게 된다.
엄상필 대법관, 사건 회피 가능성
향후 쟁점은 두가지다. 우선 주심을 맡은 대법원 3부 엄상필 대법관의 회피 가능성이다. 엄 대법관은 서울고법 형사1-2부 재판장 시절이던 2021년 8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입시비리 사건'을 맡아 이 혐의에 대해 전부 유죄로 판단,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조 대표 사건을 직접 심리한 것은 아니지만, 정 전 교수와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 부분이 상당부분 겹친다. 정 전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재판장이 조 대표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는 것이 적정한 것인지가 그래서 문제된다.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조 대표 사건을 직접 심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당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엄 대법관 스스로 회피할 여지도 없지 않다. 여러 전현직 법관들은 15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조 대표를 직접 재판하지 않았어도 (정 전 교수 사건에서 엄 대법관이) 범죄에 관한 심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들도 비슷한 말을 하면서 "같은 사건에 대해 법관이 심급별로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도 모순"이라며 엄 대법관의 회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엄 대법관 회피하면 사건은 다른 소부로 재배당 된다.
이재명 상고심, 9개월만에 '전합 회부'
엄 대법관 회피와 관계 없이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지 역시 관건이다. 유력 정치인의 개인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회부된 전례는 드물다.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하급심 판단이 갈렸던 '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이 2015년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바 있다. 이어 대법원은 2020년 6월 직권남용및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 사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상고장 접수 9개월만으로,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서 심리 중이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였다.
이 대표의 피의사실은 △친형 강제입원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검사 사칭 등 세가지, 적용된 범죄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두가지였다. 1심은 전부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2019년 9월 도지사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친형 강제입원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대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면서 "법원조직법 7조 1항 4호에 의해 전합에 회부되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만 설명했다. 해당 규정은 "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전원합의체 회부 조건으로 들고 있다.
대법관 1명만 틀어도 전합으로
법원조직법 7조 1항 1~3호에 정한 전원합의체 회부 요건은 '명령 또는 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 때',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다. 법조계 해석에 따르면, 보충적 규정인 4호는 '소부에 소속된 대법관 4명의 만장일치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바꿔 말하면 소부 대법관 중 한명이라도 끝까지 합의를 거부하게 되면 전원합의체로 회부된다.
이 외에 4호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전원합의체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에 관한 결단을 제시할 만한 사건 △사회적 이해충돌과 갈등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쟁점을 다루는 사건 △중요한 일반적 법 원칙을 강조해 선언할 필요가 있는 사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건 등이 그 기준이다.
김명수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후 기준 마련
이 기준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였던 2018년 6월 18일부터 시행됐다. 전원합의체 재판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대상이 된 데 따라 보강된 것이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그런데, 이 내규 2조 3항은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더라도 1~3호는 물론, 4호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전원합의체로 지정하도록 정했다. 전원합의체 지정권자는 대법원장이다.
처음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도록 한 것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이다. 이 때의 '중요사건' 선정기준은 △재판지연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다수당사자가 관련된 경우 △일정 시한이 지나면 재판결과가 무의미한 경우 △사회 내 소모적인 논쟁의 우려가 있는 경우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이 크고 선례로서 가치가 있는 경우 등이다.
당시 첫 전원합의체 대상이 된 사건은 '새만금 소송'이었다. 박시환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다.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성전환자 호적정정 사건 △진보당 조봉암 사망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긴급조치 사건 △통합진보당 내란선동 사건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국정농단 사건'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대형사건이 전원합의체 판단 대상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는 이 대표 사건 외에 2023년 '최강욱 전 의원 조국 아들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사건'도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끕'이 안 되는 사건이라는 비판과 함께 재판 지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 전합에서 사실상 무죄확정
김명수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 결과 이 대표는 사실상 전부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 전례에 비춰볼 때 조 대표 상고심 사건 역시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가 고조돼 조 대표 사건 자체가 '정치 보복' '정적 제거' 등 프레임으로 사회적 쟁점화가 된다면 '전원합의체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 해석상 전원합의체 회부 대상에 해당될 수는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 당사자가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청할 수는 없지만 조 대표 측이 공개적으로 전원합의체를 회부를 요구할 경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표 선례에 비춰 형평성 문제를 두고 뒷말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조 대표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을 두고 법원 내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현직 고위 법관은 "전원합의체 대상인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의미는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자꾸 정치인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가져갈 경우 국민들에게 사법시스템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 대표 사건도 전원합의체 대상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직 법관도 "사법부가 그것도 대법관 최고 합의체인 전원합의체가 나서 대선 후보의 개인 형사사건을 판결해 결론을 내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정치에 깊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물론 조 대표 역시 야권 대선후보로 급부상 중이다.
'윤 정권 피해자' 명분 부각
정치권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건을 심리하게 될 경우 조 대표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분석이 많다. 민주당의 한 현역 의원은 "실형 확정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도 (조 대표가)상당한 정치적 파괴력을 보이고 있는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만 다뤄 준다면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윤 정권의 피해자'라는 명분이 더 부각될 수 있다. 조 대표 입장에서는 나쁜 패가 아니다"라고 봤다.
이 의원과 비슷하게 해석 한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에 대해서도 "2심까지 징역형이 선고된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조 대표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았느냐"며 "씁쓸한 일이지만 (그런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법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조 대표의 위상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조 대표 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에 대한 입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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