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올해 40여곳의 상장사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쉽게 해소하기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투자주의, 관리 종목에 투자할 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접수된 작년 사업년도 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 결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곳은 42개사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곳은 이화전기, 카나리아바이오, 디딤이앤에프, 알에프세미, 엔케이맥스, 시큐레터, 인터로조, BF랩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셀리버리 등이다. 이날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은 노블엠앤비, 에스엘에너지 등 2개사다.
비적정 의견을 받은 곳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시큐레터다. 시큐레터는 작년 8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악성코드 차단·탐지 솔루션 업체다. 공모가 1만2000원으로 상장해 최고 3만800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에는 6500원선에서 거래됐다.
시큐레터의 외부 감사를 맡은 태성회계법인은 작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계부정과 관련된 내부감시기구의 최종 조사결과·외부 전문가의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를 감사보고서일 현재까지 수령하지 못했다"며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한 경영진 주장에 대한 대한민국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감사계획의 수립·수행, 의견 형성을 위한 경영진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감사계획의 수립·수행, 의견 형성을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시큐레터는 수익인식의 시점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금주 내로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하고 재감사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문제 발생에도 기술력과 기술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며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엔케이맥스는 연초 대표주주의 매도상환으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당시 엔케이맥스의 박상우 대표는 증권사로부터 반대매매를 당해 지분이 15.06%에서 0.76%로 금감했다고 공시했으나, 사실상 매도상환에 의한 지분 감소로 드러났다. 회사는 박 대표의 주식담보대출로 발생한 일이며 "최대주주로 책임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용환 엔케이맥스 부사장과 비등기임원인 유형석 이사는 각각 장내에서 8만720주, 4만9850주를 매도했다.
결국 엔케이맥스도 정기보고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계속기업 가정 불확실성 △주요 감사절차의 제약 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회계 감사를 맡은 태성회계법인은 영업손실과 현금 유출로 악화된 유동비율을 근거로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감사 기간인 작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608억원, 당기순손실은 362억원이었다. 영업활동 순현금유출로는 223억원이 발생했다.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알린 곳도 있다. 대양제지는 지난 8일 공개매수를 통한 자발적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대양제지 측은 "상장폐지 신청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가 이뤄질 것"이라며 "소액주주가 남아있으면 최대주주(신대양제지)는 정리매매 기간과 상장폐지 후 일정 기간(6개월 이상) 매도하고자 하는 소액주주들로부터 그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사실 대양제지의 상장폐지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앞서 2년 연속 주식분산 요건을 채우지 못했던 터였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법인의 소액주주 소유주식 수는 유동주식의 20%보다 많아야 한다. 그러나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소액주주 소유주식수가 유동주식수의 20%에 미달했다.
대양제지는 지난 2020년 안산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핵심 설비를 잃었다. 2021년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작년에도 두 번째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첫 번째 공개매수에서 소액주주의 절반 가량이 지분을 내다팔았고 작년엔 0.01% 수준만 응모했다. 이번엔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입하기로 결정하며 이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기보고서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는 기업은 사전에 한계기업 등으로 시그널을 파악할 수 있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관계자는 "상장폐지 요건에 걸린 기업들은 회사가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은 이상 실적이 좋지 않은 모습을 사전에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폐지 요건이 발생하면 이의 신청으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려고 노력하지만, 해소가 쉽지 않다"며 "재감사에 대한 비용도 많이 들어 현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재감사하는 것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투자주의환기종목', '관리종목' 등에 지정된 종목에 투자할 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며 "단기차익을 노리려다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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