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높은 분양가와 고금리로 인해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가구 제조·판매사가 공동주택 빌트인 가구 입찰가 담합을 벌여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나자 소비자들의 감정은 격앙됐다.
건설업계는 검증 절차를 강화해 이같은 행태를 뿌리뽑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지만, 물밑에서 이뤄지는 담합을 근절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아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738건의 특판가구 구매입찰에서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가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하거나 투찰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31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빌트인 특판가구는 싱크대·붙박이장처럼 신축 아파트·오피스텔에 설치되는 가구로, 해당 비용은 아파트 등의 분양원가에 포함돼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담합의 관련 매출액이 1조9457억원에 달한다. 가구업체들은 담함을 통해 84㎡ 아파트 기준 25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가구업체 건설사별 영업담당자들은 입찰 참여 전 모임을 하거나 유선으로 낙찰예정자, 들러리 참여자, 투찰가격 등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 예정자 혹은 낙찰 순번은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정됐다. 낙찰예정을 받은 회사가 들러리 회사들에 견적서를 전달하면 들러리 회사들은 견적서상 금액을 일부 높여 투찰했다.
과징금 931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211억원을 부과 받은 한샘은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한샘(22건)과 한샘넥서스(11건)는 담합 행위도 가장 많이 저질렀다.
한샘은 "공정위가 발표한 사안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한샘을 믿고 아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구시대적인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윤리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전했다.
업체는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문제는 담합을 뿌리 뽑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를 보더라도 10년 동안 담합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업체가 서로의 편의를 봐주면서 조직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담함이 불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수익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다름없어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역시 가구 업계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답답함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담합했다는 정황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또한 담합에 가담했던 업체라도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에서 해당 브랜드를 선호하면 입찰에 배제할 수 없는 속사정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업체 검증도 중요하지만 업계 전반에 걸친 자정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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