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유세하면서 양산 한 번 간 적이 없습니다. 저처럼 그런 걸 않는 사람도 드물겁니다. 절대로 선거를 준비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활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대 대선 승리 직후 "우리 정부를 '문재인 정부'지만, '민주당 정부'라고 불러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광주 광산을 후보)는 그런 '민주당 정부'에서 초대 총리로 발탁돼 2년 6개월을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 정부 최장수 총리' 이 대표는 지금 민주당을 떠나 있다. 공천 등 본격적 총선 정국이 시작되기 전 '이재명 대표 사당화'를 크게 우려했던 그는, 민주당 공천 결과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사당화의 완성이자, 특히 호남 죽이기의 완성"이라고 쏘아붙였다.
더불어서 '친문 핵심'인 전해철, 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모두 공천에서 탈락한 상황. 이에 이 대표에게 '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응원을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선거 때 양산에 가지도 않고 (문 전 대통령을) 보호해드리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을 선거에 활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일 <아이뉴스24>는 이 대표를 광주 광산 을 첨단지구 집중유세에 앞서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내리는 비로 인해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와 빡빡한 일정 탓에 지친 듯 했던 이 대표는, 이내 광산 지역 해결 현안과 새로운미래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을 요청하자 '관록의 정치인' 면모를 유감 없이 뽐냈다. 그는 "민심이 마술도 아니고, 이벤트나 얕은 수같은 것으로 절대 왔다갔다하지 않는다"며 "(시민들에게) 드려야할 말씀을 열심히 드릴 뿐"이라고 했다.
또 그는 "민주세력의 재건을 위해서, 호남정치의 맥을 잇기 위해서 이 이낙연이 지금 호남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광산 지역민들의 지지를 재차 당부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친이재명 대 반이재명'으로 광산 을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민형배 후보(민주), 안태욱 후보(국힘) 경쟁에서 승부수로 던질 전략이 있는지.
"여태껏 많은 선거를 직접 뛰어도 보고, 지켜도 봤다. 그런데 민심이라는 것이 얕은 수로 조작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께 드려야 할 말씀을 꾸준히 드리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 광산 을 지역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광산 을이 평균 연령이 39.5세일 정도로 젊은 층이 많다. 그러다보니 교육, 경제 등 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지역 공약도 이쪽으로 많이 신경을 썼다. AI영재고와 공립국제고 설립, AI집적단지 2단계 추진 등이 그 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아무래도 윤석열 정권 심판에 관심이 많다. 시민들의 뜻을 받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거대 정당이 아닌 소수 정당 소속으로 선거를 뛰고 있다. 과거와 차이점이 있다면.
"유세 등 기본적 방식은 비슷하다. 다만 조직의 열세가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광주라는 곳은 민주당 이외 정당은 인정하지 않는 곳이니까 이걸 올리기가 굉장히 힘들다. 일례로 민주당에서 원래 있는 조직도 막 빼가고 그러더라.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새로운미래 광주 지역 후보들과 호남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전략을 갖고 선거에 임하고 있는지
"그때그때 (유세를) 함께 하기도 하고, 따로 하기도 한다. 공동 공약을 함께 낼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선거라는 것이 '각자' 뛰어야 하는 측면이 좀 크다. '함께 또 따로' 전략으로 하고 있다."
- 민감한 질문이다. 총선이 임박했지만 당과 후보 모두 전국 지지율이 생각보다 저공비행 중이다. 선거까지 일주일여 남았는데,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이 있는지.
"거듭 말씀드리지만 무슨 이벤트나 얕은 수로 민심이 돌아가거나, 절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선거가 영화나 마술도 아니고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말씀드린 그대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 드려야 할 말을 드리는 것 뿐이다."
- 총선 이후 당과 대표 개인 진로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있나.
"선거 결과에 따라 여러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다만 아직까지 거기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다."
- 다음은 민주당에 대한 질문이다. 이재명 대표 사당화 움직임을 초기부터 우려했다. 조금 지났지만 민주당 공천 결과에 대해 평가하자면.
"'사당화의 완성'이라고 본다. 특히 '호남 죽이기'의 완성이다. 호남 죽이기의 시작은 이낙연 악마화, 그 끝은 박용진 학살 아닌가? 22대 국회가 상당히 불행한 국회가 될 것 같다. 총선 이후 대한민국은 격랑으로 빠질 것이다. 이것이 벌써 굉장히 걱정된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탈당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는데, 선거 후에는 더 본격화 될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 탈당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빨리 윤석열 정부가 '약체화'된다는 의미인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여당은 민주당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격을 더 강화할 것이다.
이재명 뿐만아니라 조국신당, 정부가 (공격을 직접) 하지 않아도 법원에 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도 관심이 쏠릴 것이다. 국가 전체가 보수와 진보 양 진영 '전면전'으로 빠지게 될 위험이 크다. 이번 민주당 공천은 결국 그 시작이 되는 것이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지원유세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있다. 문 정부 초대, 최장수 총리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못할 것은 없다. 법적 문제가 되는것도 아니고 한국이란 나라가 특별해서 전직 대통령이 초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처럼 약간의 '위선 구조'가 있다. 미국과 일본도 대놓고 (유세를) 하지 않는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놓고 바이든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놓고 공격하는 식이다.
그 위선 구조 탓에 '그러면서 안 그런척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비거리가 될지 모르지만, 전직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가 그 정도 말도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어제 문 전 대통령의 범야권 선전 응원을 새로운미래에 대한 응원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에게 새로운미래 응원을 직접 요청할 마음은 없는가.
"선거 때는 양산에 가지도 않고 문 전 대통령을 보호해드리는 편이다. 저처럼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저는 절대로 전직 대통령을 선거에 활용하거나 하고 싶지 않다."
- 최근에는 '조국혁신당' 파괴력이 대단하다. 선거 투표함이 개봉된 뒤에도 그 파괴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지.
"그럴 것이라고 본다. 지지율을 보면 한 20여석 가까이 나온다고 하는데, 총선 이후엔 아마 윤석열 정권과 검찰 문제로 많이 다투게 될 것이고, 거기서 존재감을 조금은 키울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사법리스크를 잔뜩 안고 잇는 사람들을 많이 공천해서 정당성을 국민께 충분히 인정받기는 어렵지 않을까 본다."
- 새로운미래가 22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생각해두고 있는 당 운영 방향성이 있는지.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우선 가장 큰 과제는 '민주세력의 재편과 재건'이다. 현재 민주당 계열 정당이 4개가 있다. 그런데 다들 약점을 안고 있다. 이재명당, 송영길당, 조국당은 대표 자체가 사법리스크가 있고 송 대표는 현재도 감옥에 가 있다. 새미래는 사법리스크는 없지만 세가 부족하다.
그런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는 식의 재편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방선거 등 그 다음 선거를 지금대로 치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 추후에 야권이 합쳐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인가.
"제가 말씀드린 대로 재편과 재건이 있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지역민들과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총선 이후에 이 나라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국민들이 선택해줬으면 한다. 제가 보기에는 이 이낙연과 새로운미래가 꼭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총선 이후 국가가 검찰 대 범죄인의 대결로 그대로 가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불행해질 것이다.
또 하나는 민주세력의 재건을 위해 기회를 주십사 부탁드린다.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대선 때까지 민주세력이 제대로 갈 수가 없다. 호남정치의 맥도 이어야 한다. 호남 출신 중진 정치인이 살아남은 것은 지금 이낙연 밖에 없다. 나머지는 다 초선이다. 지역 출신 국가적 지도자가 나오려면 30년 이상이 걸린다. 이런 부분들을 우리 광주 시민들께서 고려해주셨으면 한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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