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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전·최초·최고 R&D,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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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기정통부, 잇따라 ‘혁신·도전형 R&D’ ‘최초·최고 R&D’ 키워드 내놓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R&D다운 R&D를 지원하겠습니다.”

“최초, 최고 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겠습니다.”

“혁신, 도전형 R&D를 본격화하겠습니다.”

3일 대통령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을 맞춘 듯 이렇게 외치고 나섰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지난해보다 약 14.7% 삭감하더니 이젠 ‘지원, 과감히 투자, 본격화’ 등의 키워드를 앞세우면서 과학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3일 관련 브리핑에서 큼지막한 설명판을 옆에 세워놓은 채 ‘R&D다운 R&D 지원, 이렇게 바뀝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지고 나온 설명판에는 ‘2025년부터 혁신도전-미래지향 기술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합니다’라는 문장도 적혀 있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이 3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이 3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명판에는 ‘AS-IS’ ‘TO-BE’ ‘HOW TO’라는 영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풀이하자면 현재상황(AS-IS), 이상적 지향점(TO-BE), 방법(HOW TO) 등이다. 문제는 박 수석이 들고나온 현재상황과 이상적 지향점, 방법 등이 그동안 과학계에 논란이 있을 때마다 나온 구태의연한 문구라는 데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현재 상황으로 ‘연구기획에서 착수까지 큰 시차’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상적 지향점으로 ‘연구비가 필요한 경우 바로 지원’하는 것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부처별 제각각 연구지원시스템’의 현재를 ‘연구자 친화적 과제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변경하겠다고 전했다.

‘부처, 기관, 연구실별 따로따로 연구’를 앞으로는 ‘산-학-연 연구 역량 강화’로 극복하겠다고도 했다. ‘따라붙기식 쉬운 연구에 안주’하는 현재를 극복하고 ‘최초, 최고 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수 인재 연구 현장 이탈에 대한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젊은 연구자가 맘 놓고 연구할 수 있는 선도국형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내세웠다.

과학계는 이 같은 박 수석의 ‘현재상황’과 ‘이상적 지향점’ 분석에 대해 “몇십 년 동안 계속 반복됐던 논란과 추상적 문구로 가득 찬 해법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계 관계자는 “(박 수석이 대문짝만하게 가지고 나온 설명판은) 그동안 과학계에 늘 존재했던 문제이고 늘 논의해 왔던 해결방법”이라며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건지 구체적 플랜과 실행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마도 박 수석은 이날 ‘혁신, 도전형 R&D 본격화’ ‘2025년 관련 R&D에 1조원을 투자하고 2027년 정부 R&D의 5%를 투자하겠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혁신·도전적 R&D’ ‘최초·최고의 R&D’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물론 대통령실은 게임 체인저가 되는 양자, 인공지능(AI), 첨단바이오 등 3가지를 제시했는데 이것만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 어떤 R&D든 혁신적이지 않고 도전적이지 않은 R&D가 없고, 최초·최고의 R&D가 되기 위해서는 저변과 기초연구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지난해 엄청난 규모로 R&D 예산이 삭감되면서 과학계 불만이 높아지고, 구체적 검토 없이 삭감부터 하면서 엄청난 반발에 부닥친 게 현실 아니냐”며 “이런 과학계를 어느 정도 달랠 필요가 있고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회유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이날 박 수석의 브리핑에 이어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도 미디어데이를 열고 후속 설명을 이어갔다. 이 차관도 ‘구체성’에 대해 어느 정도의 논란을 예상했는지 “세계 최초·최고의 R&D라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구체적 자료를 가지고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중앙)이 3일 과기정통부 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상국 기자]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중앙)이 3일 과기정통부 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상국 기자]

과기정통부가 구체적 모습을 만들겠다는 거다. 이 차관은 “그 방향은 기초·원천 연구, 차세대 기술개발, 이공계 인력 양성, 젊은 과학자 양성 등 공공부문에서 해야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국가전략기술이라든가, 국가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미션 중심의 연구개발 시스템을 구축해서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과기정통부가 내년에 R&D 관련 예산을 늘리겠다고 나서자 과학계를 ‘들었다 놨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R&D 예산은 대통령의 고무줄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자료를 내놓으면서 “(지난해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연구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게 불과 몇 달 전”이라며 “국가 R&D가 대통령 기분에 따라 줄였다 늘이는 고무줄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R&D 투자는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대비하는 일인데 지난해 수개월 동안 전문가들이 심의해 만든 증액 예산안을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역대급 삭감안으로 뒤집었다”며 “법과 절차가 무시됐고 현장 의견은 묵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의 발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아무 대책도 없이 예산을 날려 버리더니 느닷없이 ‘역대 최고’로 올리겠다고 하는데 예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과학기술계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정부는 올해 국가 R&D 예산을 약 26조5000억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4조6000억원이나(14.7%) 삭감한 바 있다.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첫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었고 그 배경으로 윤석열정부는 ‘과학계·R&D 카르텔’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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