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인천 주요 격전지로 꼽히는 부평구을은 호남 출신 구민이 다수인 '민주 텃밭'이다. 아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강세를 보이지만, 존재감 있는 후보들의 '3각 구도'에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제22대 총선까지 단 8일. 텃밭을 사수하려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후보와 균열을 내려는 국민의힘 이현웅·새로운미래 홍영표 후보 측 간 공방이 치열해지며, 투표권을 지닌 구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민주당 '협상 전문가'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후보는 외교·안보통으로, 거시적으로 정책을 구현하는 데 강점을 지녔다. 그는 국정원 제1차장, 기조실장,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 굵직굵직한 자리를 두루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선 남북관계의 평화 관계를 구축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난 2일 <아이뉴스24>와 만나 박 후보의 협상력이 부평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톡톡히 이바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후보는 국제 금융 부분에 대한 관리 경력도 있다"며 "글로벌 투자 유치와 관련해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지금 부평은 한국GM이라는 글로벌 투자 기업이 철수하느냐 마느냐는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인천 경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한국GM이 인천을 좌지우지한다"며 글로벌 협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투자를 계속 유치하면서 이곳을 미래형 자동차 산업의 한 기지로서 확대하고 투자도 계속되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글로벌 감각을 지닌 박 후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체적으로 박 후보의 공약은 우리 부평이 글로벌한 명품 도시로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며 "교통 환경을 개선하고 재개발을 통해 하이엔드 아파트를 (구축)하는 것 등을 지역 주민이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부평 시민의 염원에도 박 후보가 잘 들어맞을 것이라는 게 캠프의 주장이다. 그는 "부평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박 후보가 인구가 줄고 발전이 정체된 이곳에서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하기 적합한 인물이 될 것"이라며 "기존의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분이면서 국제적 감각 등 (다른 후보들보다) 다른 각도의 처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상당히 입체적이고 복합적으로 지역을 볼 수 있다는 게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박 후보의 유세 현장을 방문해 "인천의 가장 중요한 외교, 안보 문제의 전문가로 우리 민주당에서 영입했다"면서 "박 후보가 인천에서 국회의원 되면 부평이 바뀐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 국힘 '50년 부평 토박이' 이현웅
국민의힘 이현웅 후보는 후발주자지만, '부평 50년 토박이'라는 강점으로 지지율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합리적인 정책이라면 야당과도 타협이 가능하다는 유연함도 이 후보의 큰 장점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거리 유세 중 <아이뉴스24>와 만나 "(1위와의 격차가) 처음 20%에서 현재 10% 이내로 많이 좁혀졌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의를 드러냈다. 이어 "50여년 산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여기서 키웠다. 삶의 기반을 이곳에 둔 제가 공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다른 후보보다 파급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면서 "(구민들이) 제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더 느끼는 것 같다"며 상승세를 탄 지지율에 대해 분석했다.
이 후보가 내세운 주요 공약은 7호선 급행 노선 신설과 복합쇼핑몰 유치다. 그는 "서울 7호선 급행열차를 신설하면 5천원 정도로 강남까지 30분 내로 출퇴근이 가능해진다"며 "스타필드만큼은 아니라도 적어도 쇼핑,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젊은 분들의 거주와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평 부개동 부평기적의도서관 앞 퇴근길 유세에서 "21대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로 대화하지 않고 극한의 대립을 했다는 것"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지 않는 정치, 연금·노동·공공 개혁을 제대로 이루는 정치, 국민이 잘살게 하는 정치 이런 것들은 여야가 합의해 제대로 하나하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이 무조건 발목 잡으면 싸우겠지만, 야당의 합리적 목소리는 대화하겠다"며 "대화와 타협을 복원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는 여기서 태어나 교사 부모 밑에서 53년 동안 살아온 토박이"라며 "항상 낮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이 후보를 소개했다. 이어 "이 후보가 지난 선거 때 국민의당 소속으로 부평을에 출마해 아쉬운 표 차이로 떨어진 것도 이런 영향 때문"이라며 이 후보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와 6.3%p(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근소하게 낙선했다. 후발주자였음에도 수십 배 큰 규모의 당을 상대로 기염을 토했다는 평가다.
이날 유세를 지원하러 부평을 찾은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 이현웅 후보, 이번에 국회에 꼭 보내달라고 여러분께 호소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며 "여러분 이번에는 정당만 보지 마시고 투표소에 가서 어느 인물이 진짜 거짓말 안 하고 깨끗하게 양심껏 소신껏 여러분을 위해서 일할 후보인지 인물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 새미래 '4선 중량감' 홍영표
4선 의원이자 민주당에서 '친문(친문재인계)' 좌장으로 통했던 새로운미래 홍영표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15년여를 부평에 몸담은 만큼 구 현안을 구석구석 알고, 시의적절하게 해결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도 인천 갈산역 사거리에서 거리 유세를 하며 "2018년 한국GM이 위기에 있을 때 한국GM을 살렸다. 1만개의 일자리를 지키고 8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다"며 한국GM이 10년 만에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혁신 공단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일에 우리 부평공단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느냐"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 부평 공단을 스마트 그린산단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부평구를 돌아다닐 때마다 알아봐 주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분들이 꽤 많다"며 4선 경험이라는 게 무시하지 못할 내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세 현장에서도 몇몇 유권자들이 홍 후보를 알아보고 "잘해" "잘 될 겁니다" "화이팅하십시오"라고 힘을 불어줬다.
이날 홍 후보 거리 유세 현장을 찾은 박원석 새로운미래 박원석 공동선대위원장은 "홍 후보는 지난 15년 동안 우리 부평구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많은 현안을 해결했고 구 발전의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국회에 보내 뒷걸음질 치는 민주주의를 정상화하고 우리 구민들이 원하는 발전 이뤄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홍 후보의 유세를 지원했다.
문제는 현 정당의 인지도다. 중량감 있는 홍 후보도 거대 양당의 벽에 막혀 고전하고 있는 눈치다. 홍 후보가 거리 유세할 때마다 "왜 파란(민주당 색깔) 옷을 입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 주민들이 있다는 전언이다. 캠프 관계자는 "양당이 아닌 '새로운미래'를 인지하고 더 나아가 홍 후보를 선택하는 데까지 일종의 장벽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인천 부평을 지역구의 총선 후보 지지율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 45.4%, 이 후보 35.2%, 홍 후보 11.8%였다.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89%·RDD 유선 ARS 11%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응답률은 3.5%로 최종응답은 505명이다. 표본은 올해 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림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인천 부평=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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