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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집단상가 가보니…"오늘부터 알뜰폰 개통 안돼요"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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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오프라인 판매점서 알뜰폰 개통 시 '신분증 스캐너' 의무
스캐너 미사용 시 알뜰폰 개통 불가…10곳 중 8곳 "알뜰폰 개통 안돼"
시행 첫날부터 삐거덕…일각선 '정보통신진흥협회 책임론'도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오늘부터 오프라인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알뜰폰 신규 개통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에요."

1일 오후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전경. [사진=안세준 기자]
1일 오후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전경. [사진=안세준 기자]

1일 오후 신도림 테크노마트 이동통신 집단상가에서 다이렉트텔레콤을 운영 중인 김상철 씨는 알뜰폰 신규 개통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4월 1일부로 오프라인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알뜰폰을 신규 개통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경은 '알뜰폰 신분증 스캐너'다. 정부는 알뜰폰이 대포폰 또는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알뜰폰 개통 시 신분증 스캐너 도입·사용을 이날부로 의무화했다. 그동안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해왔던 신분증 스캐너를 알뜰폰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판매점 대다수는 알뜰폰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위한 준비가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가 알뜰폰을 개통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테크노마트 집단상가 내 10개 매장에 알뜰폰 개통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단 2개 판매점 만이 "알뜰폰 개통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알뜰폰 신분증 스캐너 시행 첫날부터 곳곳에서 삐걱거린 것이다.

◇"소상공인 판매점이 어떻게 설치·등록하나요?"…현장서 제기된 'KAIT 책임론'

판매점들이 알뜰폰 스캐너 도입을 기피하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 투자 대비 매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십만원대의 스캐너를 구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후 스캐너 설치, 사전승낙 신청, 판매포털 등록 등을 판매점이 직접해야 한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알뜰폰 판매가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적다. 스캐너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요인이 부족하다는 게 판매점 측의 설명이다.

오프라인 판매점 일각에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무책임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KAIT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알뜰폰 스캐너 도입을 일임 받은 협회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협회장을 맡고 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알뜰폰 신분증 스캐너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스캐너 사용 방법이나 설치, 등록 가이드라인 등을 매장에 안내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KAIT는 스캐너를 구입하면 택배로 보내주곤 끝이다. 이후 설치나 판매포털 내 사업자 정보 등록 등은 판매점이 알아서 해야 한다. 어느 판매점이 여기에 시간을 들이겠느냐"고 토로했다.

수십여 페이지에 달하는 '신분증 스캐너 사용을 위한 사전승낙신청 및 관계설정' 인쇄물. [사진=안세준 기자]
수십여 페이지에 달하는 '신분증 스캐너 사용을 위한 사전승낙신청 및 관계설정' 인쇄물. [사진=안세준 기자]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직접 출력한 '신분증 스캐너 사용을 위한 사전승낙신청 및 관계설정' 인쇄물을 공개했다. 안내서는 수십여 페이지에 달했다. 그는 "판매점들이 이 내용을 전부 알아서 하라는 건 무책임하다. 알뜰폰은 오프라인 매장에선 많이 팔리지도, 수익이 크게 남지도 않는다. 이럴 바에 차라리 안팔겠다는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알뜰폰 거래처가 100곳이면 100곳 다 등록해야…"20일 넘게 걸렸다"는 판매점도

알뜰폰 개통이 가능하다고 밝힌 하늘정보통신 관계자는 사전승낙 및 신분증 스캐너 도입 등을 완료하기까지 20일 이상이 소요됐다고 했다. 계약을 맺은 알뜰폰사업자가 많을 경우 업무량은 곱절이 된다는 배경도 덧붙였다. 그는 "가령 거래를 맺은 알뜰폰사업자가 100곳이면 100곳 다 (판매포털) 등록을 해야 한다"며 "총 20일에서 21일 정도는 소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알뜰폰을 취급했으나, 당분간 신규 개통은 받지 않겠다는 매장도 눈길을 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번호이동은 지금도 가능하다"면서도 "(알뜰폰 신규 개통은) 당분간 받지 않을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는 MS모바일 관계자도 "당분간은 알뜰폰 신규 개통이 어렵다"고 답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알뜰폰 신규 개통량이 줄어들 가능성에 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절감에 기여해 온 알뜰폰의 시장 성장을 위해 정부가 알뜰폰 판매포털 등록을 적극 장려하거나 스캐너 도입 유예기간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KAIT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 사업을 진행하며 알뜰폰 사업자에게 연간 10억8000만 원 상당을 부담해달라고 요청했다. 판매점 사전승낙제 시행에 따른 인력 등 운영비, 알뜰폰 신분증 스캐너 공통 모듈 전산 운영비 등이 해당한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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