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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판 그림자금융 이젠 손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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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상호금융은 금융당국의 오랜 난제다. 수협·농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에선 해마다 임직원들의 횡령과 일탈,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이들 상호금융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12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84건)의 세 배 가까이 많다. 해마다 24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한다.

기자수첩 [사진=아이뉴스24 DB]

사고를 원칙적으로 막을 순 없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빈번하다는 건,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금융권에서 상호금융을 '루프홀(구멍)'로 부르는 이유다.

상호금융은 현재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의 치외법권 영역이다. 감독 당국이 할 수 있는 건 신용사업 부문에 대한 건전성 감독뿐, 직접적인 제재 권한이 없다.

이렇다 보니 당국을 의식할 이유도 없다. 당국이 각 중앙회에 제재를 요청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로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거나 고발 조치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농협중앙회에선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횡령 사고 중 해직 등 중징계는 10%도 안 된다. 은행에서 횡령 사고가 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 정지와 해임 권고 등의 강도 높은 징계를 받고, 형사처벌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상호금융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여·수신을 취급한다. 규제 주체는 제각각이다.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맡고 있다. 은행과 같은 업무를 하지만, 금융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들이 제대로 감시하는지는 항상 논란이다.

부처 나눠 먹기식의 행정 지도가 가져오는 부작용은 새마을금고 사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사태 때도 결국 금융당국이 나서 수습했다. 행안부의 지도만으론 사태가 진정되지도, 관리 대책을 내놓지도 못했다.

신협·수협·농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의 자산 총계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1000조원에 육박한다.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집계하는 것도 하세월이다. 이들의 재무 상태는 기존 금융권과 비교해 6개월 이상 늦은 데이터만 알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도대체 얼마의 돈이 비었는지 제대로 알 수 없으니 늘 사고를 키운다. 그렇게 금융시장에 흘러 다니는 돈이 1000조원이라는 얘기다. 이를 제대로 관리·추적하지 못하면 결국 농협중앙회 등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위험을 키우는 것과 같다.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이 제재 권한과 감독 권한을 모두 가져와야 하는 이유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가 외부 감사법인을 선정해 재무제표를 검증받는 이유도 같은 것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들여다봐야 문제가 보인다. 그것만이 우리 조합원들의 돈을 가장 잘 지킬 방법이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상호금융에 대한 감독 권한과 제재 권한을 넘겨받을 때다. 마침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이 이 영역의 제일 큰 고래 농협중앙회의 금융 부문과 농협금융을 묶어 복합금융그룹으로 지정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반가운 논의다. 현재로선 농·축협 상호금융의 206만 조합원들이 신뢰와 충성도를 끌어올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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