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애플이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애국소비' 열풍으로 판매 둔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안방인 미국 시장에선 반독점 소송에 휘말리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에 업계에선 지난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 밖에 선보인지 16년 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주도권을 놓고 경쟁 중인 삼성전자가 애플의 위기를 기회 삼아 지난해 뺏긴 업계 1위 타이틀의 탈환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첫 인공지능(AI) 폰 '갤럭시 S24' 시리즈가 출시 이후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초반 흥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최근 16개 주 법무장관과 공동으로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냈다. 약 5년 간의 조사 끝에 제기한 이번 소송은 '애플 생태계'를 정조준했다. 고객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맥북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를 비롯한 자사 제품과 서비스만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정책이 경쟁을 저하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 법무부는 애플이 이 생태계에서만 앱을 허용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해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애플은 자사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을 악화시킴으로써 독점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이런 불법적인 독점으로 아마존과 MS, HTC, LG전자 같은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미 법무부가 지적한 항목은 △아이폰 기능 통제 통한 경쟁사들의 소프트웨어 제공 제한 △경쟁사 디지털지갑 사용 제한 △경쟁사 하드웨어 기기 아이폰에서 활용시 기능 제한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 △아이폰에서만 애플페이 사용 가능하도록 제한 △문자 전송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간 차별 등이다.
이러한 조치에 애플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 소송은 치열한 경쟁에서 애플을 차별화하는 원칙과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한다"면서 "정부 소송내용에 따른다면 결국 아이폰은 안드로이드폰과 같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발에도 애플을 둘러싼 위기는 전 세계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실제 애플은 최근 주력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국소비' 열풍으로 인해 화웨이 등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서 올해 첫 6주간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화웨이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64% 급증했다.
이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최근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분위기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2일에는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을 만나 중국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약속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미중 갈등 심화 속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애플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비롯한 AI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애플은 올해 들어 MS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 안방인 북미시장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연초 출시한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는 지난달 기준 북미 시장에서만 3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6년 출시한 '갤럭시 S7' 시리즈 이후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삼성 최초의 온디바이스 AI 폰으로 다양한 AI 기능을 지원한다. 먼저 13개 언어의 번역과 메시지 톤 변화를 지원하는 '채팅 어시스트'와 '실시간 통역'을 비롯해 이미지나 텍스트를 통해 자동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 복잡한 글을 간편하게 요약하는 '노트 어시스트', 인터넷 페이지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요약하는 '브라우징 어시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AI 기능이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미국 유력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의 최신 스마트폰 평가에서 '갤럭시 S24 울트라' 모델은 애플의 '아이폰 15 프로 맥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컨슈머리포트는 "갤럭시 S24 울트라는 프리미엄 기능을 원하는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환상적인 옵션"이라며 "더 밝은 디스플레이, 진보한 프로세서와 카메라, 향상된 배터리 사용시간 등 전반적으로 우수하나 그 중 가장 매력적인 기능은 실시간 통역, 서클 투 서치, AI 편집 등 '갤럭시 AI'"라고 설명했다.
이 기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오는 28일부터 '갤럭시 S23' 시리즈 등 구형 모델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AI' 생태계를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연내 모바일 기기 1억대에 '갤럭시 AI'를 탑재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올해 1억대를 시작으로 연평균 83%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5억22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8%에서 40%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그 동안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며 시장 지배력을 키웠지만 최근 AI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면서 "온디바이스 AI폰 시장의 확대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으로 작용해 올해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이 아이폰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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