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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돈되는 건 아니다"…차별없는 유명무실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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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마다 자체 캐릭터 선보이지만…무의미해지기 일쑤
소비자 각인 성공하기까지 시간·비용 많이 투입되기도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벨리곰이나 무무씨 정도가 대중적으로 알려져서 굿즈 상품으로 소비되기도 하지, 다른 캐릭터들은 유명무실하지 않나요."

유통기업들이 저마다 자체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으나 대부분 소비자에게 각인되지 못한 채 방치되기 일쑤다.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지만 소비자 반응이 미지근할 경우 다시 축소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캐릭터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 차별점 없이 뛰어든 것에 대한 부작용이다.

태국 최대 쇼핑몰 '시암 디스커버리'에서 진행된 벨리곰 특별전시. [사진=롯데홈쇼핑]
태국 최대 쇼핑몰 '시암 디스커버리'에서 진행된 벨리곰 특별전시. [사진=롯데홈쇼핑]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현대 등 백화점과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은 모두 자체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인기를 가진 캐릭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캐릭터 성공 사례는 롯데홈쇼핑의 벨리곰이다. 벨리곰은 2018년 당시 2년 차 직원의 아이디어로 등장했다. 지금은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했지만 처음부터 유명했던 건 아니다. 약 4년 동안 조용하게 팬덤을 쌓아왔다. 2018년부터 유튜브에서 깜짝카메라 콘텐츠로 활동했는데 2022년 잠실 롯데타워에서 15m 대형 공공전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벨리곰은 굿즈 판매, 대형 전시를 넘어서 공공기관을 비롯해 H&B, 패션, 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출시 이후 3년간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진출도 활발하다. 벨리곰은 160만명의 SNS 팬덤을 보유 중인데 공식 유튜브 채널의 해외 시청자 비중이 40%다. 두바이, 뉴욕, 자카르타 등 K-콘텐츠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공공전시, 깜짝 카메라를 선보여 현지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특별 전시를 열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태국을 집중 공략하고 내년부터 태국 외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친구 같은 벨리곰 그 자체로 팬들과 소통했고, 팬들이 주신 피드백을 즉각 수용하며 꾸준히 단계를 확장해 나가면서 구축한 확고한 팬덤이 있었기에 벨리곰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등장한 GS25의 캐릭터 '무무씨'도 팬덤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무무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2만2000명이다. 무무씨 굿즈도 약 50종 출시되며 오프라인 접점도 넓혔다. 약 1년 동안 무무씨 굿즈는 누적 판매량 100만개, 매출액 16억원을 기록했다. GS25는 무무씨를 활용한 전용 상품을 선보이고, 고객과의 점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이 2019년 선보인 강아지 캐릭터 '흰디'도 백화점 내외부에서 꾸준히 등장하며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모습이다. 흰디는 지난해 여름 광화문광장에서 15m의 대형 흰디를 선보였다.

광화문광장에 전시된 흰디. [사진=현대백화점]
광화문광장에 전시된 흰디. [사진=현대백화점]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잊혀져 가는 캐릭터도 적지 않다. 하나의 캐릭터가 소비자의 인기를 얻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넘쳐나는 상황 속 차별점을 갖지 못한 캐릭터는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어렵다. 이는 곧 시간과 인력·비용 낭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022년 5월 캐릭터 '눈곰이·해오·타고나' 상표를 출원했다. 북극곰을 형상화한 눈곰이를 비롯해 해오·타고나는 각각 하프물범·펭귄을 캐릭터로 형상화했다. 하지만 상표 출원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벨리곰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2022년 같은 '곰' 캐릭터로 등장해 주목을 받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지역명소, 환경보호 콘텐츠등을 꾸준히 게시하며 ESG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팔로워 수는 4만1000여명이다.

현대홈쇼핑 캐릭터 눈곰이·해오·타고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현대홈쇼핑 캐릭터 눈곰이·해오·타고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편의점 업계도 모두 자체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릭터 등장 초반에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지만 2022년 이후에는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서다. 오히려 편의점 업계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에 다른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자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시장은 워낙 크고 인기 있는 캐릭터들이 많아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은 편"이라며 "캐릭터 사업은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기에 세계관이나 차별화된 특징이 없는 캐릭터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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