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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는 법] <10> 누구나 15분은 유명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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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기자] 1967년 가을, 스웨덴 스톡홀름의 모더나 뮤지엄 관장은 한 작가에게 이듬해 초에 열릴 앤디 워홀의 전시회 소개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작가가 워홀에게 받은 글을 스웨덴어로 번역한 원고를 내밀자, 관장은 제목을 멋드러지게 붙였다.

'미래에는 누구나 15분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In the future, everyone will be world-famous for 15 minutes). 작가가 원본엔 그런 표현이 없다고 머뭇거리자, 관장은 워홀이라면 그렇게 말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제목으로 달아버렸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다른 이야기도 있다. 1966년 자신의 책 전시회에 관객이 구름같이 몰려들자, 워홀이 말했다. "다들 유명해지고 싶은 거지"(Everyone wants to be famous). 곁에 있던 사진작가가 말을 보탰다. "그래요, 15분 동안은요"(Yeah, for about fifteen minutes, Andy). 왜 하필 15분일까? 하긴, 워홀 자신도 모를 것이다. 직접 한 말이 아니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지에 오르면 저절로 얻게 되는 덤일 것이다. 스스로 지어내지 않은 멋진 표현도 워홀이 직접 한 것으로 여겨진다. 어쨌든 '15분의 명성'(Fifteen minutes of fame)은 워홀이 남긴 명언으로 굳어졌다. "왜 15분인지?" "어떻게 유명해지는지?" 여기저기서 밑도끝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진저리를 내던 워홀에게 '15분'이 예지몽(豫知夢)처럼 뇌리에 박혔을까?

정확하게 20년 뒤 워홀은 음악방송 MTV에 자신의 이름과 '15분'을 붙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앤디워홀의 15분'(Andy Warhol's Fifteen Minutes)이다. 신곡이나 신작을 발표하는 가수, 연예인, 스타를 인터뷰 하며, 신작을 살짝 홍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토크쇼다. 즉석 쇼케이스(Showcase)인 셈이다. 출연자는 바로 이 15분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왜 15분일까? 강연프로그램 '세바시'에 따르면 버스를 기다리는 15분, 라면을 끓여먹는 15분, 잡지를 뒤적거리는 15분이 시청자에겐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 될 수 있고, 출연자에겐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15분이 될 수도 있다. 빠른 흐름과 깔끔한 마무리로, 인스턴트 식품처럼 후루룩 소화할 수 있는 짧은 프로그램(Short Program)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앤디 워홀을 기리는 전시회 '15 Minutes Eternal' [사진=ArtScience Museum 페이스북]
앤디 워홀을 기리는 전시회 '15 Minutes Eternal' [사진=ArtScience Museum 페이스북]

200년 전에 에드가 앨런 포가 단편소설(Short Story)을 '한번 앉은 자리에서'(one sitting)에서 읽을 수 있다고 했다면, 지금 '15분'(Short Program)은 '차 한 잔 홀짝거리면서'(One sipping) 즐길 수 있다.

인터넷이 깔리고 유튜브가 열리고 SNS가 퍼지면서 워홀이 '예언'한 '미래'가 금세 현실로 다가왔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미디어에 올리면서 '15분의 명성'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굉장히 다양해졌기 때문에 멋진 '15분'짜리 콘텐츠만 있으면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질 수 있다. 심지어 그 '15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문제는 그 '15분'이 너무 쉽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나의 15분'은 금세 '다른 사람의 15분'에 밀려난다. 유명세(有名勢)를 지켜내는 힘이 필요하고, 유명세(有名稅)를 견뎌내는 힘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얼떨결에 떠오른 '나의 15분'에 대해 다들 이렇게 말할 것이다.

"He/She has had his/her fifteen minutes"(잠시 떴을 뿐이야. 이제 곧 잊힐 걸).

이제 누구나 15분은 유명해질 수 있다. 다음 15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다음 15분과 그 다음다음 15분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내가 출연하는 '15분'은 '15분'씩 계속 이어지지만, 문제는 출연자가 그 각각의 '15분'이 '쇼케이스'인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내가 가장 나다운 연기를 보여줘야 할 '15분'이다. 미국 피츠버그의 앤디워홀 박물관은 그렇게 '영원한 15분'(Fifteen Minutes Eternal)을 전시하고 있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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