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위작 소송'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나

[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영국의 거리 미술가 겸 공공장소 낙서 예술가이자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의 정체가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그의 작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되면서 뱅크시의 본명 등이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미술품 수집가 2명이 자신이 수집한 뱅크시의 판화 '원숭이 여왕(Monkey Queen)'의 공식 인쇄본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이를 뱅크시 대행사가 거부하면서 소송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수집가들은 지난 2020년 왕관과 목걸이를 착용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상시키는 원숭이의 모습이 담긴 판화 작품 '원숭이 여왕'(2003년)을 3만 파운드(5089만원)에 구입했다. 총 750개 에디션이 제작됐으며 이 가운데 서명된 작품은 150개 뿐이다.

수집가들은 뱅크시 작품을 공식 보증하고 판매를 주관하는 '페스트 컨트롤'에 작품을 보냈다. 이는 뱅크시가 2008년 직접 설립한 회사로, 위작들이 온라인에서 대거 유통되면서 이 회사를 통해 진품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페스트컨트롤은 3년 여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수집가들은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됐다.

뱅크시 작품을 여럿 소유하고 있다는 니키 카츠는 "뱅크시는 자신의 회사 외에는 누구도 그의 작품을 검증할 수 없도록 했다. 다른 미술품과 달리 뱅크시 작품은 페스트 컨트롤 외 다른 전문가들에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뱅크시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뱅크시 작품의 위조품이 늘어나면서 매달 최대 700건의 인증서 신청이 페스트컨트롤에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소송이 진행되면 뱅크시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뱅크시의 정체는 수십 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뱅크시는 1990년 처음 활동을 시작했으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