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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이커머스] 컬리, '계획된 적자' 신화 재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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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9년 만인 작년 12월 들어 월간 EBITDA 흑자 내며 주목
뷰티·패션 등 카테고리 확장·오프라인까지 넓히며 성장 추진
유니콘서 밀려날 정도로 기업가치 하락…상장 재추진에 관심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편집자주]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용자가 급증한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7조원을 돌파했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을 넘어서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무한 경쟁 속에 무한 변신하는 이커머스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컬리는 2015년 11월 국내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밤 11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8시에 문 앞에 가져다주는 '샛별배송'을 선보이며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전지현이라는 거물급 광고모델을 내세워 주목도를 높인 측면도 있었지만, 신선한 식재료로 입소문을 타며 출범 초기 강남 주부들 사이에서 필수앱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 컬리의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컬리는 2019년 전지현을 기용한 광고를 선보였다. [사진=컬리]
컬리는 2019년 전지현을 기용한 광고를 선보였다. [사진=컬리]

이를 바탕으로 2015년 29억원 수준이던 컬리 매출은 2022년 2조372억원으로, 7년 만에 700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전국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통에 적자 또한 커졌다. 2016년 88억원이던 적자 규모는 2018년 337억원, 2019년 1013억원,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 2022년 2334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던 컬리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월간 영업전상각이익(EBITDA)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월까지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다시한번 관심을 모았다. 2월에도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난다면 컬리는 쿠팡의 기적처럼 '계획된 적자'의 신화를 재연하는 주인공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어서다. 쿠팡은 창업 13년 만인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컬리 로고. [사진=컬리]
컬리 로고. [사진=컬리]

◇신선식품으로 시작한 컬리…뷰티·패션으로 확대

하지만 중국 플랫폼의 가세로 컬리는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알리익스프레스마저 국내 플랫폼만의 강점으로 여겨지던 신선식품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중국 플랫폼의 거침없는 마케팅을 버텨내 컬리만의 경쟁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플랫폼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위협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쿠팡처럼 물류센터를 늘리고 투자를 많이 한다면 충분히 위협 가능한 상대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신선식품 강자로는 컬리를 비롯해 쿠팡, SSG닷컴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컬리의 강점은 고객이 만족할 만한 상품을 제시하는 '큐레이션'이다. 컬리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판매 상품을 전부 꼼꼼히 검증하고 선별적으로 들여와 소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컬리에서 판매 중인 상품 가짓수는 약 3만~4만가지로 쿠팡의 200분의 1에 불과하다. 제품의 수보다 질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최상의 품질을 위해선 업계 유일 풀 콜드체인을 구축했다. 상품이 출고, 보관, 배송, 수령에 이르기까지 상품별로 각기 다른 최적의 온도로 유지한다.

신선식품 판매처로 여겨지던 컬리는 화장품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지난 2022년 11월 '뷰티컬리'를 론칭하면서다.

뷰티컬리는 지난해 말 기준 거래액 3000억원을 돌파했으며, 론칭 1년간 누적 구매자 수는 400만명, 주문 건수는 600만건을 넘어섰다. 컬리에서 뷰티 제품만 구매한 고객은 론칭 시점과 비교해 약 3배로 확대됐다. 이중 구매력 있는 3040세대 비중이 70%에 달한다. 뷰티컬리는 월간 할인 행사 및 라이브방송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컬리는 식품과 뷰티의 경우 100% 직매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가구·가전·생활용품 등에서는 3P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컬리 퍼플 박스. [사진=컬리]
컬리 퍼플 박스. [사진=컬리]

오프라인 접점도 넓히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7월 창릭 8년 만에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푸드페스타'를 개최했다. 컬리의 주요 파트너사 및 F&B가 참가해 고객들과 만났는데 행사 기간 동안 약 1만5000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편의점 CU와 손잡고 'CU 컬리 특화 편의점'을 오픈했다. 매장 내 '컬리존'에서 정육, 수산물, 계란, 채소 등 신선식품부터 다양한 냉동식품과 간편식까지 만나볼 수 있다.

◇컬리 정체성 의문…상장은?

하지만 컬리가 카테고리를 늘리며 몸집을 키우는 것을 두고 컬리만의 강점이 약화시켜 오히려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선식품 쪽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하는데 뷰티, 패션 등으로 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뷰티 제품 최저가 경쟁에 대해선 컬리가 상장 재추진을 위한 숫자 만들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컬리는 지난달 진행한 행사에서 70여 개 브랜드 100여 개 상품에 대해 '최저가'를 보장했는데 컬리의 구매 가격이 올리브영 온라인몰의 최종 할인 적용 가격보다 높으면 차액을 적립금으로 보상해준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처음 선보인 이 행사는 이달에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뷰티컬리 인스타그램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3월 최저가 도전 상품을 제안받고 있다.

최근에는 컬리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 구호, 코텔로 등의 브랜드도 입점했다. 컬리가 온라인 패션 카테고리도 본격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버티컬 식료품 플랫폼으로 시작했는데 수직적 확장이 아닌 뷰티, 패션 등으로 수평적 확장을 하고 있어 컬리의 강점인 큐레이션이 퇴색하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이미 2018년부터 뷰티 상품을 취급하고 있었으며, 매년 평균 3.4배씩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뷰티 성장성을 검증했다"며 "식품과 뷰티의 구매 패턴이 다른 만큼 고객들이 더 편하고 전문적으로 뷰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뷰티컬리몰을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컬리]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컬리]

컬리가 상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금은 지속적으로 나가고 있는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3개월 EBITDA 흑자를 내면서 현금 보유량은 늘었지만 물류센터를 정리하고 마케팅비와 포장비 절감을 바탕으로 이룬 흑자라는 점에서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이 필수라는 것이다.

앞서 컬리는 지난해 1월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상황은 더 어려워진 모습이다. 컬리는 지난해 5월 흑자 전환을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12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는데, 2023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우선주와 보통주 전환 비율을 1:1에서 1:1.84로 변경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적자로 김슬아 대표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해졌다. 과거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 김 대표의 낮은 지분이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컬리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기준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컬리는 지난 2021년 기업가치를 4조원대로 평가받으면서 유니콘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지난 7일 기준 장외주식거래소가 추정한 컬리의 시가총액은 6647억원 수준이다.

컬리는 이달 말 지난해 연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컬리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1조5463억원, 영업손실은 1185억원이다.

컬리는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창립 9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 1월에도 전년동월 대비 약 100억원 증가하며 EBITDA 흑자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컬리에 따르면 EBITDA 흑자로 현금 보유량은 1400억원가량 늘었고 지난 2월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컬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 6월 송파구 물류센터를 정리하고 평택물류센터를 열고, 마케팅비와 포장비 등을 대폭 절감하는 노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허리띠 조이기가 아닌 성장을 통한 흑자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펼치고 있으며, 투자자들 모두 장기 투자자들로 컬리의 원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상장 기한을 따로 설정하지 않은 상태라 적합한 시기 되면 상장 진행할 것"이라며 "3개월 연속 EBITDA 흑자를 이룬 만큼 현재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태가 아니며 내부적으로 체력을 키워 상반기 흑자 전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컬리는 수도권 한정된 지역에서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추구하는 충성고객을 가지고 있다"며 "컬리가 상장에 실패한 이후 절치부심하며 숫자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상장에 성공한다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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