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메신저 피싱에 속아 은행계좌를 대여해주고 금융거래를 반복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명의대여자도 30%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지법 박민우 판사는 메신저 피싱 피해자 A씨가 피싱범들에게 명의를 대여해 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1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실제 거래를 하지 않았음에도 금융거래를 한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는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피고로서도 합법적 방법이 아님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본인 명의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계좌에 송금된 자금의 성격과 입출금 내역을 늘리는 것이 신용도 상승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바 없이 본인 명의 계좌로 원고의 돈이 입금되도록 하고 그 돈이 불상의 사기 범죄단에 전달되도록 해 과실로 사기 범행을 방조했다"며 "피고는 범죄단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원고도 전화금융사기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성명불상자의 설명만 듣고 경솔하게 원고의 신분증 등을 제공한 과실이 있다"며 "이러한 원고의 잘못도 손해 발생과 확대의 한 원인이 된 점 등 을 종합하고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피고의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급전이 필요했던 B씨는 2022년 10월 인터넷 대출 사이트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번호를 남긴 휴대폰으로 카카오톡 문자를 받았다. 메신저 피싱범이었다. 자신을 모 저축은행 상담사로 소개한 피싱범은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출과 상환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싱범 안내에 따라 B씨는 카드론으로 300여만원을 대출받고 가상계좌를 만들어 피싱범이 지정한 다른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이후에도 이 일을 반복했다.
같은 시기 A씨는 "휴대폰 액정이 깨져 보험처리 하려는데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딸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역시 피싱범이었다. 피싱범 요구대로 A씨는 자신의 신분증을 찍어 메시지로 전송했고 이 과정에서 휴대폰에 원격제어 어플이 설치됨과 동시에 오픈뱅킹 계좌가 개설됐다. 곧 이어 A씨 은행계좌에서 B씨 계좌로 700만원이 이체됐다.
뒤늦게 사기 당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해 가까스로 B시와 연락이 닿았으나 그 역시 "나도 카드대출금 300만원을 사기당했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A씨가 공단 도움을 받아 B씨에게 소송을 냈다. A씨는 B씨를 고소했으나 형사 처벌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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