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커피 전문점들의 출혈 경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저가커피 브랜드의 공격적 확장 정책으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이 속속 국내 진출을 선언하며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커피·비(非) 알코올음료 가맹점 수는 2만9500개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치킨 가맹점(2만9300개) 수를 넘어섰다. 2013년 기준 치킨집 수는 2만2529개로 커피 가맹점(8456개)의 3배 가깝게 많았으나, 이후 커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며 10년도 안 돼 순위가 바뀌게 됐다. 한 집 건너 치킨집이 보인다며 붙은 '치킨 공화국'이란 별칭은 이제 '커피 공화국'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저가커피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이러한 경향은 더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메가커피 가맹점 수는 지난 2020년 말 1188개에서 올해 1월 기준 2757개로 3년 만에 2.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컴포즈커피 가맹점 수는 725개에서 2442개로 3.3배 급증했다. 빽다방과 더벤티의 가맹점 수도 각각 1480개, 1148개 늘며 일명 '저가커피 4대장'으로 불리는 이들 회사의 가맹점 수만 8000개에 육박한다. 저가 커피 매장이 늘어나며 주요 상권마다 커피 브랜드들이 밀집해 경쟁하는 모습도 흔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점이다. 늘어난 가맹점 수와 달리 상권은 한정된 탓이다. 경쟁자가 문 닫을 때까지 출혈을 감수하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폐업하는 가게도 늘어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년간 신규 카페 수가 45% 늘어날 동안 폐업 카페 수는 181% 급증했다. 평균 수명도 짧다. 국세청이 5년간(2018~2022년) 사업 존속 연수를 조사한 결과 커피음료점은 평균 3년 1개월에 불과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소매·음식·숙박·서비스 분야 100대 생활 업종의 평균 사업 존속 연수(8년 9개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유명 글로벌 카페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진출을 선언하며 이러한 출혈 경쟁 양상은 점점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안 그래도 좁은 시장이 더 북적이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오는 7월엔 '커피계의 에르메스'란 별명이 붙은 '바샤 커피'가 청담동에 문을 연다. 롯데백화점이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을 단독 확보했다. 현재 전 세계 9개국에서 총 1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바샤 커피는 다양한 풍미의 커피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이 국내에 상륙한 바 있다. 팀홀튼은 전 세계 17개국에 약 57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다. 한국 오픈 한 달 만에 도넛류 약 30만개, 커피류 10만잔 이상을 판매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약 1만개, 시간당 416개의 도넛이 팔린 셈이다. 팀홀튼은 적극적인 점포 확대 전략을 펼처 5년 내 국내 매장을 150개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 미국 서부 지역서 유명한 '피츠커피'도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카페 옆 카페, 카페 위 카페도 흔하게 보인다. 길 하나를 두고 같은 브랜드 커피가 마주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점포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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