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이 달 말(31일) 개최 예정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기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출연연 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연총, 회장 문성모)는 25일 "출연연 구성원들의 약 90%가 공공기관 지정해제에 동의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출연연의 공운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 해제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연총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진행한 출연연 구성원들의 설문 조사 결과, 출연연의 자율적 운영 시스템으로의 전환 필요성에 대하여 총 응답자 수 4460명 중 89.28%가 동의했다"고 전하고 "출연연의 공운법 지정 해제와 더불어, 발전적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과학기술 지원/육성 법령 및 지침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성모 연총 회장은 "연총은 수많은 간담회와 성명서를 통해 출연연의 공운법 지정 해제를 요구해 왔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연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특수법인으로 설립됐지만, 2008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기관별 인건비, 정원 통제, 채용방식 제한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는 과기분야 연구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해 왔다.지난 2018년에는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 중에서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따로 분류할 수 있도록 공운법이 개정됐지만 시행령 등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이 날 성명서를 내고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연구노조는 "연구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 통제에 따른 각종 제약은 출연연의 자율적 연구 환경을 크게 해치고 연구 성과 창출에 제약이 되며,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 현장을 떠나는 근본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과기노조)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과기노조는 출연연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려고 하는 정부의 움직임을 "출연연을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해체하고 구조조정하기 위한 '출연연 통폐합' 목적의 정책"이라며 "공공기관 해제 방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지난 23일 발표했다.
과기노조는 "윤석열 정부는 야당이 다수인 국회를 우회해서 예산과 지침으로 공공부문 연구기관들을 완전히 형해화시키겠다고 작정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회 산하 출연연을 통폐합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노조 간에 입장이 다소 엇갈리고 있지만 과학기술계의 의견은 대체로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일부 우려도 있지만 출연연의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공운법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지정해제후 후속조치 과정에서 연구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관리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연구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비록 현재 정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제도는 현장의 요구와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우선 출연연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되는 것은 향후 더 나은 개선을 위한 첫걸음으로써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다만,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형식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고 출연연의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출연연 관계자들도 대체로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과학기술분야 25개 출연연을 관장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김복철 이사장은 "출연연의 공공기관 해제는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높여, 연구소 다운 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의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는데 있어 출연연이 더욱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과학기술계는 이번 공운위에서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의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시 개선사항 및 관리 방안'이라는 문건을 최근 25개 출연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실무적인 준비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해제는 결정된 바 없으며, 10여년 이상 지속된 연구현장의 건의 및 요청을 바탕으로 논의 중인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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