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이 18일 이태원 특별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수용'으로 국민 여론이 기운 법안에 대해 당이 연거푸 대통령실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 후 과제로 떠올랐던 '수직적 당정관계 탈피'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특별법은 상임위부터 본회의까지 모두 야당이 단독 처리했다"며 "그간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의 경우 여야가 합의 처리해온 관행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원만한 합의처리보다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장중재안 중심으로 여야 협상을 진행해 의견이 접근됐는데, 접근한 안이 아니라 애당초 민주당 안을 의결했다"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유도해서 정치적 타격을 입히고 총선에 계속 정쟁화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법안에 대해 '여야 미합의', '정쟁 유발용'이라며 날을 세웠지만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한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16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54.4%로 절반을 넘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당도 국민의힘의 거부권 행사 건의가 대통령을 의식한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대통령실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 여당의 모습이 한심하다"며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159명 국민의 생명보다 총선 공천권이 더 소중하냐. 그러고서 국민의 대표라고 말할 수 있냐"고 꼬집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이태원 참사의 유족들이 무려 438일 동안 각고의 노력을 다해 겨우 제정한 법을 마지막까지 발목 잡고 있는 행태가 후안무치하다"며 "윤 대통령이 더 편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나서서 자리 닦는 수가 뻔히 보인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 건의는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며 연일 중도층을 겨냥하고 있는 한 비대위원장의 행보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기는 하나 국회 입법권이나 국민 여론을 거스르면서 행사할 것은 아니다"라며 "당이 이를 두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하면 아무리 한 비대위원장이 좋은 총선 전략을 내놓아도 이것이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당이 친윤(친윤석열) 중 친윤인 한 비대위원장을 추대한 것부터 (거부권 행사 건의는) 예고된 것이었다"며 "당이 진정 변화 의지가 있으면 찬성해야 한다고 먼저 치고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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