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프랑스 유력 신문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 극단 선택한 배우 고(故) 이선균을 재조명하며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꼬집었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보도했다.
매체는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으며, 마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음에도 경찰 조사를 19시간 받는 등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된 점을 상세히 전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일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스스로 세상과 등진 가수 문빈과 해수, 박원순 서울시장,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론했다. 매체는 "이런 축적은 한국 사회와 유명인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이선균의 죽음 이후 한국 영화계 인사들이 경찰과 언론을 규탄하는 움직임도 함께 다뤘다. 리베라시옹은 "이선균의 죽음을 계기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의 이름으로 예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며 "이 죽음은 많은 이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했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 영화사 등을 가르치는 앙투안 코폴라 교수는 리베라시옹에 "프랑스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공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며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학설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리베라시옹은 코폴라 교수의 설명을 비춰볼 때 마약 투약 혐의와 유흥주점 출입으로 조사받은 이선균이 겪은 불명예가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영화인의 경력이 '도덕성의 제단'에 올려지면서 산산조각 났다며 대표적인 예로 배우 김민희를 들었다. 김민희가 영화 '아가씨'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가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이 터지며 수백만 달러 손해를 입었고, 이후 홍 감독 작품에서만 연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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