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자동차가 '달리는 컴퓨터'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융합이 본격화하며 모빌리티 산업이 전동화, 자율주행 등이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격변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으로의 전환은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됐다. 기존 자동차에서는 구동계 중심의 기계적 구조가 중요했다면, 미래 모빌리티는 각종 첨단 전자 장비들이 접목되며 이를 통합하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한 스마트폰이나 PC 등에서 소프트웨어 오류는 거의 일상처럼 여겨진다. 앱을 쓰다가 갑자기 스마트폰이 먹통이 된다거나, 작업 중인 PC가 버벅거리고 때로는 저절로 재부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용자들도 어느 정도 소프트웨어의 오류에 대해 용인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가 완벽하지는 않다는 보편적 인식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랜 기간 사용하는 동안 작은 문제도 발생하지 않으면 극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떤 소프트웨어도 완벽할 순 없다. 개발자 입장에서 아무리 고민하고 잘 짜 놓은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환경이나 사용 방식 등에 따라 각종 예기치 못한 오류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를 사후조치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대응 방식으로 보인다.
오늘날 자동차는 수천수만 가지의 전자부품과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편의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동차는 스마트폰이나 PC와 전혀 다르다. 자동차는 아주 작은 소프트웨어적 오류가 안전상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발적 리콜에 들어가는 차량 사례 중 상당수는 SW 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전까지만 해도 차량의 소프트웨어 결함 문제로 자발적 리콜이나 무상수리 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10건 중 1건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4~5건꼴로 크게 늘었다. 국산차와 수입자를 막론하고, 신차를 출시하면 상당수의 신차들이 소프트웨어 결함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좋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이 갑자기 알 수 없는 결함으로 멈추거나 오작동하는 경우라면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잦은 소프트웨어 결함은 소비자들의 피로감으로 쌓이고, 근본적인 차량의 품질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상 결함은 하드웨어와 달리 문제를 초기해 발견하기가 어렵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리스크가 상존한다. 사실상 제조사인 완성차 업체들의 신속하고 적절한 사후조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에 가깝다.
완성차 업체들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으로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결함을 보완하려는 노력들을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질 수록 그와 관련한 오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무결점의 소프트웨어를 기대하긴 어렵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안전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날로 치열해지는 미래 모빌리티 경쟁 속에 첨단 기술 뽐내기에 급급해선 안된다. 차량 출고 전에 자체적으로 엄격한 기준 속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최대한의 성의와 함께 발 빠른 사후 대처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기업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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