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태규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성사를 위한 '에코비트' 공동매각에 합의했다. 워크아웃 실패 시, 계약에 따라 에코비트 전체를 취할 수 있던 KKR의 매각 합의에 대해 현명한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이날 시작됐다. 태영그룹이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키로 함에 따라 워크아웃 개시에 무게가 실리지만, 필요한 의결권이 전체 609곳 채권단의 75%에 달해 변수는 남아있다.
태영그룹은 그간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기업회생이 아닌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전체와 '평택싸이로' 지분의 37.6%를 KKR에 매각했다.
KKR은 태영그룹 계열사인 '에코비트' 지분 50%를 보유하고 나머지 50% 지분은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 회사채 4000억원 치의 담보로 잡고 있었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위해 에코비트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KKR 측에서는 태영건설이 기업회생에 들어가면 연대보증을 제공한 TY홀딩스를 연쇄부도로 인식하는 계약을 맺고 있었다. TY홀딩스가 디폴트 상태(채무 불이행)로 넘어가면 KKR은 에코비트의 나머지 지분 50%를 몰취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특정한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비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아 운영되는 펀드로, 기업 간 인수합병이나 M&A 시도에 대한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KKR 역시 차입매수 거래 등을 통한 기업의 인수, 이후 운용을 통해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해 이익을 얻는 글로벌 투자 기업이다.
그럼에도 지난 9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발언에 따르면 KKR은 에코비트 지분 몰취가 아닌 에코비트 공동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KKR이 대통령실까지 나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무산에 영향을 주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에코비트를 몰취한다 하더라도 법적 분쟁이 발생해 투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KKR이 에코비트 지분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에코비트 공동 매각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워크아웃이 무산돼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KKR은 여전히 계약에 따라 에코비트 몰취에 나설 수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낙관할 수 없다"며 "진행되는 투표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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