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공사비 인상 여파에 재건축 등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새해 벽두부터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표준계약서 배포 등 갈등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아직은 역부족인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재건축 조합이 GS건설을 시공사 지위에서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구하고 있다.
앞서 조합은 한국자산신탁을 시행사로 세우고 지난해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런데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설립되며 기존 사업추진 체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비대위는 GS건설이 책정한 공사비가 과도하고 공사 기간이 길다고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결국 지난해 11월 토지 소유주 전체 회의에서 정비사업위원회 집행부 임원진 전원 해임과 시공사 선정 취소 안건이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에서도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1평(3.3㎡) 당 660만원 수준에서 889만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공식 입장문을 보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이 같은 공사비 인상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위해 시공사업단이 제시한 금액을 확정 짓는 안건이 지난달 26일 열린 임시총회에 상정됐는데, 조합원 과반수가 반대하며 부결된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정비사업 단지 곳곳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잠정)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2.54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52.84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준(100)인 2015년과 비교하면 50% 이상 높은 수치다.
이렇다 보니 서울 핵심입지의 정비사업 추진 단지에서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11월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건설사가 전무했다. 조합이 제시한 평당 공사비(730만원)에 건설사가 선뜻 나서지 않은 탓이다.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자 정부와 서울시는 차례로 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모두 주택 공급을 강조하는 등 정비사업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시점에서 공사비 검증기관에 검증 요청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한국부동산원이 수행한 공사비 검증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맡도록 했다.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원활한 공사비 조정과 분쟁 예방을 위한 표준계약서를 배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약서에는 공사비 세부 산출내역과 공사비 조정 가능 시기 등을 규정해 무분별한 공사비 인상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 도시분쟁조정위의 조정에 확정판결과 같은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할 계획이다. 확정판결은 대법원에서 내려진 판결과 같이 최종판결 같은 효력을 가져 판결에 이의신청할 수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단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지리멸렬한 소송까지 안 가고 단기에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바뀌는 것"이라며 "소송 또는 분쟁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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