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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도약의 조건 ①] 13조원 '실탄' 확보해야 '승자의 저주' 사슬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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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은 영구채 전환,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부동산 PF가 관건

하림이 큰 도약을 앞두고 있다. HMM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 재계 순위는 27위에서 13위로 뛰어오른다. 숙원인 양재동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도 드디어 첫발을 뗐다. 종합 물류기업의 꿈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다만 아직 정리할 문제들이 남았다. 외형이 급격하게 커지고, 동시에 재계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하림 앞에는 풀어야 할 이슈도 적잖이 놓여 있다. 그 과제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이뉴스24 라창현,전다윗 기자] 하림은 지난해 겹경사를 맞았다. HMM 인수전에서 경영권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서울시로부터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 물류단지 사업 조건부 인허가도 받았다. '치킨 기업'을 넘어 '종합 물류 기업' 도약을 꿈꾸는 하림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문제는 돈이다. 꿈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13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림은 유동성을 확보해 차질없이 인수와 투자를 실행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계열사 전체를 합쳐야 1조원대 중반 수준의 현금성 자금을 보유한 하림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자금 조달 여파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HMM 인수는 "새우가 고래 품는 격", 자금 마련은 어떻게 하나?

하림이 HMM 인수를 위해 매각 측(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에 제시한 인수 금액은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수 주체로 나선 팬오션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600억원에 불과하다. 지주사인 하림지주로 범위를 넓혀도 1조2900억원 수준이다. 지주사의 도움은 물론이고 외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HMM 경영권 매각 민영화 국민검증 국회 토론회'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HMM 경영권 매각 민영화 국민검증 국회 토론회'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림이 영구채와 재무적 투자(FI)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4대 시중은행으로부터 3조원 이상의 투자확약서(LOC)를 받아 놓은 상태이고, 인수 파트너사인 JKL파트너스는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5000억원 정도를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의 계획대로 이 자금에서 2조원 정도를 사용하면 팬오션 유상증자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3조원에 달한다. 유상증자로 3조원을 마련하려면 팬오션 시가총액의 1.5배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데,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무리한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와 시장에서는 자기자본이 한참 부족한 하림이 과연 HMM 인수 비용을 오롯이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하림이 HMM의 '곳간'을 건드릴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팬오션 유상증자와 8%대 금리의 인수금융을 사용할 경우 1년에 2400억원이 넘는 이자를 지출해야 하는데, 자금 여력이 없으니 HMM이 가진 이익잉여금(현금 유보금) 10조원을 사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 위원장은 "하림 측이 HMM 유보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말을 뒤집고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로 HMM 유보금으로 상환하거나 인위적 합병을 시도하지 말란 법이 없다"며 "뚜렷한 인수 자금 조달 계획과 상환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림은 당초 이자 비용 충당 방법으로 배당금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은 예비 입찰단계에서 영구채 전환 일정을 늦춰달라는 마크업(요청)을 제시했었다. 그 이유는 매각 측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하림의 HMM 지분은 당초 57.9%에서 38.9%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매각 측은 본입찰 전 인수 후보자들에게 주주간계약서를 보냈는데, 그 내용에는 배당을 3년 동안 1년에 5000억원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매각 측의 영구채 전환이 이뤄지고 초안대로 인수 계약이 체결된다면 하림이 HMM 인수 후 3년간 한 해에 얻을 수 있는 배당금은 약 1945억원에 불과하다. 영구채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림은 1년에 2895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예비입찰 단계에서부터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주식) 이슈 해소를 통한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영구채 전환 유예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는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라고 입장문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각 측이 영구채를 전환하게 되면 하림의 HMM 지분은 30%대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이자는 물론 원금 상환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아직은 인수금융, 유상증자, 컨소시엄 자금 등에 대한 규모나 구조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어 확답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하림에게는 장기적으로 HMM으로 수익을 내고 배당을 받는 등의 자산 활용 가능성이 중요한데, 영구채 전환 문제로 (매각 측과) 의견이 불일치한 상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HMM 인수 자금 마련도 쉽지 않은데,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자금은?

하림이 HMM 인수를 진행하는 와중, 하림의 숙원 사업인 서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가 서울시의 인허가 승인을 받았다. 하림이 추진 중인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은 지하 8층에서 지상 58층 높이로 연면적 147만5000㎡ 규모의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연면적으로 따지면 롯데그룹이 완성한 롯데월드타워의 32만8350㎡보다 약 5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수도권 교통의 요지인 양재IC가 근접해 있어 향후 수도권 도심 내 배송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일원에 개발 추진 중인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일원에 개발 추진 중인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 [사진=서울시]

역시 문제는 6조8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다. 하림은 사업비를 토지 가격과 펀드에서 조달하는 금액 등 자기자본 2조3000억원 외에 금융기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천500억원과 3조8000억원의 분양수입으로 마련한다는 자금 조달 계획을 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림이 막대한 사업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하림이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를 매입하기 전 이 부지에 복합유통단지로 추진된 파이시티 사업은 건축 인허가 지연과 과도한 차입금으로 결국 좌초한 바 있다.

특히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 PF 자금 경색으로 하림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현재 건설PF가 유동성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 하림이 PF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HMM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양재물류단지 사업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되며 초대형 프로젝트 구상을 두고 논란은 확산하는 추세다.

이러한 우려에 하림 측은 선을 그었다. 양재 물류단지의 입지와 사업성 등을 고려하면 무난하게 사업비를 조달할 것으로 자신했다. 하림 관계자는 "자금 조달 계획이 서울시 통합심의에서 통과했다"며 "PF부실과 연결 지을 단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재 개발과 HMM 인수 건은 완전히 별개로 추진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공동=라창현 기자(ra@inews24.com),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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