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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최장수 사장에 '다중 압박'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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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사장 후보 검증 첫 단계…정부 이어 행동주의 펀드도 나서
4연임 도전 앞둔 백복인 사장, 대내외 압박에 고심 깊어져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4연임 도전을 앞둔 백복인 KT&G 사장의 장고가 길어지는 분위기다. 이번주 안에 지배구조위원회가 개최되며 본격적인 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내외 분위기가 그의 추가 집권에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탓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이번주 안에 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해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지배구조위원회는 KT&G 사장 후보 검증 과정의 첫 단계다. 사장 후보자에 대한 심사 기준 제안과 사장 후보자군 구성 및 심사 대상자 물색‧추천 등을 담당한다. 이를 기반으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최종적으로 이사회의 후보자 선정 및 주주총회 안건 상정 결의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사장 선임이 결정된다.

사장 선임 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최장수 CEO' 백 사장 측은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9년째 회사를 이끌며 3연임을 해왔지만, 올해처럼 대내외 환경에 '적신호'가 켜진 건 처음인 탓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이사회에서 결정된 '연임 우선심사' 조항 삭제다. KT&G는 지난해 초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자보다 우선해 자격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자격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은 현직 회장이 단독 후보로 주총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셀프 연임'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연임 우선심사 조항 신설은 당시 외부에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가, 이번 조항 삭제를 계기로 알려졌다. 이 제도가 존속됐다면 첫 수혜자는 백 사장이 될 전망이었다.

업계에서는 연임 우선심사 조항 삭제가 소유분산 기업(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의 셀프 연임 관행에 비판적인 현 정부 기조에 발맞춘 것으로 해석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이라는 것이 작동해야 한다"며 소유분산 기업들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KT&G처럼 민영화된 소유분산 기업인 KT, 포스코 등도 연임 우선심사 조항을 삭제한 상태다. 구현모 전 KT 대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 소유분산기업 CEO의 잇따른 연임 포기도 이러한 기조에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도 날로 거세지는 추세다. 올해 흔들리는 경영 성과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주가를 거론하며 백 사장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실제로 KT&G 매출은 지난 2016년 4조5033억원에서 지난해 5조8565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4701억원에서 1조2678억원으로 줄었다.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악화된 셈이다. 백 사장 취임 당시 10만원대였던 주가 역시 최근 8만원에서 9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사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KT&G 이사회는 지난 2018년 백 사장 연임 당시 후보 자격을 '전현직 전무 및 계열사 사장 이상'으로 한정해 공정성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2021년 3연임 당시에는 백 사장 단독 입후보로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됐고, 이사회에서 그를 최종 선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1영업일에 불과했다. 이는 다른 소유분산 기업과 비교해도 유난히 짧은 기간이다. KT는 최근 대표이사 후보 선임에 4개월, 지난 2018년 포스코는 2개월 동안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KT&G CI [사진=KT&G]
KT&G CI [사진=KT&G]

여러 가지 대내외 압박에도 백 사장이 연임 도전을 강행할 경우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클 것으로 관측된다. KT&G 사내 기관들이 보유한 약 11%에 달하는 우호 지분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IBK기업은행 등 주요 주주들 역시 올해 초 주총에서 경영진 손을 들어준 만큼 갑자기 입장을 바꾸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60%가 넘는 외국인과 개인 소액주주의 의중과, 연일 강조되는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고려할 때 낙관은 어려운 상황이다.

백 사장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힌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유선규 상무는 "지금까지 KT&G 사장 선임 절차는 '밀실 투표'에 가까웠다. 아무리 좋은 인재가 사장 자리에 올라도 정해지는 과정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최소 경쟁할 수 있는 판 자체는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업이익, 주가 등 객관적 지표가 눈에 띄게 떨어진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업은행 등 대주주들이 연임 결정을 내리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본다.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들 역시 이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T&G 관계자는 "이번주 중 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향후 사장 선임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관련 절차가 진행되면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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