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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요지부동' 오르기만 하는 소비자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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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출고가 오르내리는데…" 고물가 주범 낙인에 억울한 식품업계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식품업계가 물가인상 주범이라며 뭇매를 맞고 있다. 재료 값 인상을 핑계로 제품 가격을 올린 뒤, 하락 시기에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아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윽박지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원재료 값 하락을 꾸준히 일정 부분 출고가에 반영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가게나 음식점에서 접하는 가격은 요지부동인 탓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까지 지적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서울의 한 대명마트에 계산을 하기 위해 몰려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소비자들이 서울의 한 대명마트에 계산을 하기 위해 몰려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식품 기업들은 가격 인상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고 있다. 오뚜기는 이달 초부터 '3분카레' 등 카레 제품과 '케첲' 등 소스 제품 등 총 24종의 편의점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인상 계획이 알려진 지 한나절 만에 철회했다. 풀무원은 초코그래놀라, 요거톡스타볼, 요거톡초코 필로우 등 요거트 3종의 편의점 가격을 각각 100원씩 올리려던 계획을 거둬들였다. 롯데웰푸드도 햄 제품인 빅팜의 편의점 가격을 기존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할 방침이었으나 취소했다.

주류 기업들은 줄줄이 제품 출고가 인하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의 출고가를 10.6%,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과 새로의 출고가를 각각 4.5%, 2.7% 낮춘다.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는 '골든블루 22년' 출고가를 11.6% 인하한다.

이들 기업들은 표면적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 상황에서 민생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업계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정부와 소비자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며 식품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여가는 추세다. 지난달부터는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 등을 둬 물가 가중치가 높고 소비자 체감도가 큰 가공식품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주요 식품 기업들을 직접 찾아 물가 안정 정책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 13일에는 기업들이 제품 용량‧규격‧성분 등이 변경될 경우 포장지와 제조사 홈페이지 등에 이를 알리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 등을 줄여 실질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는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꼼수 인상'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소비자 단체들 역시 식품 기업들의 이기주의가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원재료값 인상 땐 바로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더니, 원재료값 하락 시기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품 기업들은 물가 상승 주범이란 낙인까지 찍히는 건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 뒷짐 지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다고 바로 출고가에 반영되는 건 아니다. 통상 특정 기간을 두고 구매 계약을 맺은 상태라, 출고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주요 식품기업이 공시한 출고가를 분석한 결과, 시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원재료 가격 하락 이후 출고가가 인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회 소속 이총희 회계사는 "원재료 가격 상승의 반영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고 하락의 반영은 늦는 경향이 있긴 하다. 하락 폭이 충분히 출고가에 반영되는지도 애매하다"면서도 "(원재료 가격) 시세 정점이 지난 후 시차를 두고 가격이 인하되는 경향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요지부동인 소비자 가격 탓이다. 이 회계사는 "수입 가격, 출고가 모두 시차를 두고 오르락내리락한다. 소비자 가격만 꾸준히 오르기만 한다. 각 단계별로 원재료 가격 하락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가격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출고가가 떨어진 만큼 중간 유통업체들이 어느 정도 소비자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이 되지 않는다. 이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계사는 식품 기업들의 적극적인 정보 공시도 요구했다. 그는 "식품 기업들은 가격 관련 논쟁에서 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억울함만 호소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말 억울하다면 충분한 정보 공시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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