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한창 메말랐던 극장가에 최근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나서부터다.
개봉 30일 차에 94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두 번째로 가장 흥행한 작품이다.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초 1000만 관객 돌파가 유력시된다.
영화가 흥행할 경우 파생되는 것들이 적지 않지만, 정치권에서도 이를 놓칠새라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신군부와 다를 바 없다며 공세에 나섰다. 반면 여당은 "국민의힘은 불법 군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한 김영삼 대통령이 우리들의 뿌리"라며 야당이야말로 현대판 하나회라고 맞불 놨다.
국민의힘이 야당으로부터 '서울의 봄' 공세를 맞자,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수라'에 나오는 악덕 시장이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에 나선 이재명 대표의 행적을 빼닮았다고 반격하며 맞불을 놓았다.
역사란 우리 후대가 잊지 않도록 남기는 기록이다. '서울의 봄'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로 각색됐지만, 사실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더구나 자본과 투자가 들어간 영화는 흥행을 위해 과한 대립 구도나 재미 요소를 설정하기 마련이다.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한 영화를 보고 즐기고, 또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정치적 메시지를 쏟아내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 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역사는 권력의 도구였다. 권력은 방해되는 기억을 지우려 하고 국민을 선동해 길들이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생각해 보면 예외는 없었던 것 같다. 외교관 윤상욱이 쓴 책 '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에는 "권력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명분을 국가 또는 민족의 역사와 동일시하고 대중을 선동하여 지지를 획득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이야말로 이런 구절을 되새기며 스스로의 모습을 살피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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