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여당 수장으로 지명됐다. 오히려 '추앙을 받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추앙이 그의 눈과 귀를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산과 여당 주류는 직언하는 인사들이 '반란군'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한 장관만은 충언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기자가 국회를 오가다 가끔 마주치는 한 '비윤' 의원이 있다. 자신을 비주류라 서슴없이 말하는 인사다. 그는 여당이 집권 1년7개월 동안 지도부 체제가 다섯 번이나 바뀌는 동안 내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반골 기질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그저 "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한 장관의 정치 경험 부재를 걱정하는 것도 사심 없어 보인다. 이런 마음은 비단 그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한 장관은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내로라 하는 정치인들을 옆에 두고도 실패한 정치 지도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모두 '쓴소리'에 입막고 귀를 막았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 전 대통령만 봐도 그를 아주 가까이서 보좌했던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 소위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들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았다. 다사다난한 정치 인생을 보낸 박 전 대통령도 자의든 타이든 충언에서 멀어졌다. 한 장관으로서는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비윤계 인사들은 공당이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현실에 답답해하고 있다. 김웅 의원이 비대위원장 인선을 위해 모인 의원총회에서 한 장관을 '김주애'에 빗대며 비판한 것도 이런 발로에서 나온 '충언'일 것이다. 누구 말처럼 싸가지가 없어 뱉은 말이 아니다. 비윤계도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충언과 비난을 구분 못하고 무조건 '반란군'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당정관계 재구축보다 '수평적 당내관계' 재구축이 먼저다.
한 장관은 장관직을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최대한 많이 나올수록 더 강해지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당에서 한 목소리만 나온다면 '죽은 정당'이다. 갈등이 없으면 완벽한 혁신은 불가능한 만큼, 처절한 토론과 설득만이 뿌리 깊게 박힌 당내 혐오와 차별을 해결할 수 있다.
한 장관이 가장 먼저 할 일은 '김건희 특검법' 방어가 아니다. 당 내 여러 목소리를 아우르고 당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힘도 살고 한 장관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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