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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확장'은 언제부터 '기본 같은 유상옵션'이 됐을까 [현장 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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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건설교통부 시절 발코니 확장 전면 허용
"발코니 본연의 목적이 기형적으로 변화했다"는 지적도
"유상옵션은 분양가 미포함 항목…시행사의 수익 직결"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이런 유상옵션 다 돈 때문이죠. 분양가에서 추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니, 건설사에서 유상옵션을 많이 제공하는 겁니다. 근데 따지고 보면 또 막상 입주하고 나서 다시 공사를 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다 뜯어내야 하고 비용도 더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소비자들이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은 필수로 선택합니다. 나중에 집 팔 때도 더 잘 팔리고요."

견본주택을 한두 번만 다녀봐도 알 수 있듯이 '발코니 확장'은 유상옵션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수로 선택하는 옵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모델하우스 내 유닛에도 열이면 열, 발코니 확장이 적용된 상태로 마련됩니다. 제가 근래 다녀본 건설사의 브랜드 단지들 모두 발코니 확장 이후의 세대 내 모습으로 구현돼 있었는데요, 대부분 관람객은 "발코니 확장하지 않으면 너무 좁다", "발코니 확장 없이는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금호건설이 선보인 '도봉 금호어울림 리버파크'는 근래엔 보기 힘든 전용 84㎡ 발코니 포함에 9억대 분양가로 공급에 나섰네요. 도봉동에서 13년 만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로도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안양 일원에서 분양한 한 대형사 브랜드 단지 견본주택 유닛 내 표시된 발코니 확장 부분. [사진=김서온 기자]
안양 일원에서 분양한 한 대형사 브랜드 단지 견본주택 유닛 내 표시된 발코니 확장 부분. [사진=김서온 기자]

발코니 확장 없이는 생활 및 수납공간이 매우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 됐든 분명 발코니 확장 옵션은 유상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긴데요, 그런데도 '필수 선택 유상옵션'이 됐습니다. 한번은 분양 관계자에 '유상옵션인 발코니 확장 없이는 너무 공간이 부족하다'는 관람객의 의견을 피력해 보니 "요즘 발코니 확장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 무조건 해야지 공간이 나온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2005년 12월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는 일부 거주자들이 필요에 따라 발코니를 확장해 사용해 온 것을 고려해 발코니 관련 건축법 시행령을 시행, 2006년 1월부터 발코니 확장을 전면 허용했습니다.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 발코니를 확장해 거실과 침실, 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합법화되면서 이후 분양된 아파트 평면에 변화가 시작됐다고 하네요.

건축법에서 '발코니'는 건축물의 내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으로서 전망과 휴식 등의 목적으로 건축물 외벽에 접해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변화에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발코니 본연의 목적이 기형적으로 변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2019년 부동산연구지에 실린 '아파트 발코니면적의 시계열적 변화와 내재가치 추정에 관한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주택 발코니는 현대적인 주택이 도입된 이래 다양한 변화 과정을 거쳐 주택의 내부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본래 발코니는 주택에서 외부로 돌출된 공간으로서 단열, 수납, 피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주택의 발코니가 본연의 목적에 맞게 쓰이기보다는 내부 공간의 부족을 채우기 위해 개조된 경우가 많다"고 서술했습니다.

언제부터 그리고 왜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시스템 에어컨 등을 '기본 같은 유상옵션'으로 만들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배경과 이유를 분양업계에 오래 몸담아 온 관계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15년간 분양시장에서 일해온 A씨는 "요즘 발코니 확장 유상옵션 선택은 불문율"이라며 "지난 2006년 발코니 확장이 허용된 이후 유행처럼 번졌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건설사는 확장했을 때 옵션비를 남길 수 있다. 확장비로 돌리면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꼼수로 볼 수 있다. 요즘엔 확장하지 않으면 구조가 잘 안 빠지고, 확장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서 소비자로서는 선택사항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소비자들 역시 발코니 확장 옵션을 기본으로 인식하는 추세라고 하네요. 실제 지난 2006년 한국주거학회에 실린 '발코니 확장, 이대로 좋은가?'에 따르면 일반 아파트 발코니 면적이 전용면적의 40~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분양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 2018년 일산에서 분양한 한 대형사 아파트는 발코니 무상옵션이라고 했지만 분양가가 유독 높았다"며 "발코니 유상옵션이 급격하게 늘어난 시점은 분양가 상한제 이후다. 옵션은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아 건설사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루트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앞서 A씨도 언급했듯이 대부분 청약자가 발코니 옵션, 시스템 에어컨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B씨는 "직접 모델하우스 가보면 다들 느끼는 부분인데, 발코니 확장 유무에 따라 실거주 면적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며 "입주 후 개인이 공사를 하게 되면 시공 난도도 있어 돈도 많이 들지만, 열선을 깔기 어렵다는 등의 단점도 있어 아파트를 지을 때 발코니 확장 공사, 시스템 에어컨 설치 공사 등을 하는 게 좋긴 하다"고 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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