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 들어 반짝 반등세를 보였던 아파트 시장과 달리 시장 위축이 지속된 가운데 전세 사기 우려,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급감한 거래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매맷값과 전셋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리스크가 해소되고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한동안 침체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빌라와 오피스텔은 서민과 사회초년생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터라 시장이 악화하면 공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주거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비아파트 주택 거래량은 11만9546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4% 감소했다.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51.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대비 34.3%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공급도 급감하는 추세다. 인허가·착공 물량을 보면, 올 1~10월까지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총 3만9196호로 전년 대비 51.3%줄었고 착공은 총 3만3422호로 전년 대비 54.5% 감소했다.
비아파트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는 임대차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종합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 전세거래총액은 아파트 181조5000억원, 비아파트 44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비중이 80.4%, 비아파트 19.6% 수준으로 주택 전세거래총액에서 비아파트 비중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11년 주택 임대실거래가 발표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 전세시장은 올해 들어 가격이 오르며 회복세를 보인 것과 달리 비아파트 전세시장 침체는 장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시장 침체 영향도…전세사기 등 불안 요소 해소 필요
보통 비아파트는 아파트 대체재로 불리며 아파트 시장이 과열됐을 때 가격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의 눈길을 받는다. 현재로선 아파트 시장마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전세사기 등 주거 불안 요소가 상존해 침체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비아파트는 아파트의 대체재다.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오피스텔을 구매한다든지 다세대 주택을 구매한다든지 이런 경향들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비아파트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지금 존재하는 여러 위험이 해소될 필요가 있는데, 해소된다 해도 아파트 시장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비아파트 시장의 침체 국면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비아파트는 좀 더 하락 조정 여지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아파트의 대체재로 기능했는데 세금이나 대출 규제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를 땐 수요가 몰렸지만 지금 상황에선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빌라는 아직도 전세사기 문제 같은 주거 불안 요소가 있어 그런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파트 가격이 내리는데 비아파트 시장이 좋아질 거라고 보긴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파트와 빌라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비아파트 시장은 한동안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급 규제 완화가 능사 아냐…지자체 권한 강화·세금 혜택 등 함께해야
비아파트 공급과 관련 규제가 완화됐어도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비아파트 시장의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수요자가 참여할 수 있는 세금 혜택 등 수요를 높일 요인이 없다면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송 대표는 "지금 부동산 시장은 가격에 예민하다. 우선 공급을 활성화하려면 (공급자 입장에서) 가격을 올려야 되는데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면 수요자들이 비아파트를 선택할 이유가 적어 한계가 있다"며 "비아파트 시장이 회복되려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함께 주택수 산정이나 취득 요건, 취득세 감면 혜택, 법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요인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없다면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는 아무리 공급 규제를 완화한다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 시장에선 공급자보다는 수요자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수요자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조 교수는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려 해도 아파트처럼 표준적인 정책을 쓰기 어렵다"며 "지역 시장마다 수요나 공급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춘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가 전반적으로 정책을 할 게 아니라 상당 부분은 지방정부에 권한을 위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지방 정부들은 해당 지역의 주택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알맞은 정책을 쓰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에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보다 지방정부 권한을 늘려 탄력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시장의 흐름상 안정성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한동안은 지금 상황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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