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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사이버 카미카제'의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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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수세에 몰린 일본은 어린 조종사들을 폭탄과 함께 미 군함에 돌진케 하는 자폭 전술을 썼다. 이른바 '카미카제'다.

당시 일본은 이들의 죽음을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묘사했다. 이것은 우격다짐식 전술을 넘어 일본식 국가주의가 만든 섬뜩한 병리 현상이었다.

지난 주말 반크 웹사이트가 일본발 사이버 공격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지난 18일 한국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게시판에 폭주하면서 시작된 일본 네티즌들의 공세는 급기야 지난 21일 반크 영문 홈페이지가 다운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22일 현재 반크 웹사이트는 정상 복구됐지만 공격이 남긴 파장은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사이버 공격이 일본 내에서 확산 중인 우경화 바람을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사실상의 재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조어도 문제로 중국과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자국의 전쟁범죄를 은폐하고자 역사 교과서에 대한 왜곡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전체에 광범위하게 불고 있는 우경화 바람은 결과적으로 일본 젊은층에게 역사에 대한 객관적 사고와 검토의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 일본의 일부 지식인 사이에서는 "국가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좌파 세력이 궤멸된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의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광복절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는 상당수 젊은이들이 참배를 위해 모여들기도 했다.

이번 사이버 공격에 가담한 네티즌들 대부분은 일본의 평범한 젊은이들일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신념과 다르다고 해서 또 다른 측을 폭력으로 몰아붙이도록 사회로부터 훈련받고 있다면 문제는 작지 않아 보인다. 반크에 대한 이번 사이버 공격이 국가를 종교로 믿던 '카미카제'의 부활이 아니길 바란다.

이정호기자 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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