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오는 15일 시행을 앞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오진 위험성 증가 등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을 강조하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부가 강행할 경우 '보이콧'까지 서슴지 않을 분위기다. 산업계 역시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핵심인 약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된다. 보완 방안이 시행되면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에 진료를 받은 환자라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그간 같은 질환으로 30일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가능했다.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는 대상도 늘린다. 현재는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자만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이 허용되는데, 여기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추가된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안에 갈 수 없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가 30% 이상인 시·군·구 98개다.
또 휴일·야간(오후 6시 이후)에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한다. 현재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만, 처방이 아닌 상담에 한해서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주요 의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로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한계가 있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 경우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처방이 쉬워질 것이란 불안감도 존재한다. 또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제삼자인 플랫폼 업체가 개입되면 의료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의협은 복지부 발표 이후 낸 입장문에서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 일어날 비대면 진료 확대에 따른 의료사고 및 약물 오남용 등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며 "이번 대책은 의료의 질적 향상과 환자의 건강권 보호가 아닌 단순히 편의성만을 유일한 근거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약사회 역시 "의견수렴을 도대체 어디서 했는지, 누구의 의도나 생각이 대다수 보건의료전문가 보다 우선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많은 전문가가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귀와 눈을 감고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금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국민 건강은 고려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임이 다시 한번 증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기야 의료계 일각에선 비대면 진료 자체를 보이콧하자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비대면진료 확대를 발표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잘못된 정책이 국민 생명권에 위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면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간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를 주장해 온 산업계에선 일단 환영하고 있다. 지난 6월 코로나19 기간 한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며 관련 업계는 고사 위기에 놓였었다. 실제로 대다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줄줄이 관련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사업 전환에 나섰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업계 애로사항에 귀 기울여준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효성 측면에서 바라볼 땐 아직 '아쉽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핵심으로 꼽히는 약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약은 여전히 이용자가 약국에 직접 가서 사야 하기에 반쪽짜리 서비스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초진이 허용될 예정인 휴일·야간에 문을 여는 약국도 적다. 현재 오후 8시 이후 운영하는 약국은 전국 39%, 일요일에 여는 약국은 15%에 불과하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보통 경증질환 해결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감기, 배탈 증상을 의사에게 진단받고 간단히 약을 처방 받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식"이라며 "결국 가장 필요한 약 배송이 안 된다면 큰 의미가 없다. 이용자들의 불편은 여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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