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민의힘 주류 인사들에 대한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출마'를 둘러싼 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은 결국 지도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인요한 위원장의 계속된 희생 압박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양측의 알력 다툼에서 지도부가 승리한 배경에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위원회가 42일 만에 퇴장했다. 인 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김 대표에게 감사를 표하며 사실상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인 위원장은 특히 김 대표를 향해 "혁신위원장을 맡을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혁신위가 혁신안을 관철하는 과정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희생'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강한 반발을 마주한 인 위원장은 자신의 방식대로 지도부를 압박하는 데 집중했다. 셀프 공관위원장 추천부터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라는 윤심을 부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압박 카드'가 오히려 당내 부정적인 여론에 불을 지폈고 반발은 더욱 커진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초 대규모 의정보고회를 개최하며 자신의 지역구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5선),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3선)을 두고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는 인 위원장이 '희생'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계기가 됐지만, 잇따른 설화가 발목은 잡은 형국이 됐다. 당내 기류가 바뀐 것도 이 시점이다.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준 김 대표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어 지역구 사수 의지를 드러냈고, '혁신위의 용퇴론 압박은 월권'이라는 비판도 커졌다.
'사면초가' 위기에 빠진 인 위원장은 결국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라는 초강수가 아닌 조기 종료라는 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혁신위를 끌고 나갈 동력이 상실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도부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마련된 면담에서, 당장은 '희생' 혁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김 대표의 양해를 받아들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꼽히고 있다. 당내에선 인 위원장이 "여러 갈등에 이미 상당히 지쳤다"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선 인 위원장이 윤심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자신에게 '윤심'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윤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을 진행하자, 윤심의 최종 선택은 김 대표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혁신위 '조기 종료설'은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됐다. 무엇보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 간 '깜짝 회동' 하루 전에 오찬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교통 정리'를 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김기현 지도부 간 오찬 전 이미 교통정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갈등 국면에서 인 위원장이 아닌 김 대표와 오찬을 한 것은 사실상 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통상적인 대통령과 지도부의 만남이라며 김 대표가 '윤심'을 등에 업었다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과 지도부가 회동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당원들이 뽑은 당대표를 대통령이라고 해도 힘을 주거나 빼앗거나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언론에선 비공개 오찬을 보고 '윤심을 받았다'라고 해석하던데, 일상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자리로 보였고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도 아니다"면서 "확대 해석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당 관계자도 "대통령과 지도부가 밥을 먹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언제는 소통 안 한다고 비판하는데, 오히려 소통을 하면 의심스럽다고 추측한다. 무서워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라고 거듭 확대 해석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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