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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급매물"…'확' 바뀌지는 않은 주택시장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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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이상 저렴해야 급매물인데…시세-호가 크게 차이 없어
"내년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전까진 저가 급매물만 거래될 것"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무늬만 급매물이죠. 몇억씩 가격이 내려가야 급매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시세나 급매물 호가가 비슷합니다. 통계상으로 가격하락세가 나타났다지만 노른자위 지역 현장에서는 아직은 크게 호가가 내려가지는 않는 것 같네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0.00%) 대비 하락 전환하고, 서울 매매가격도 전주(0.03%)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0.00% 보합 전환됐다. 매수 심리가 위축돼 실제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도 줄어들고 있는데, 중개업소 현장에서는 당분간 급매물 위주로 거래될 것 같다면서도 지금의 급매물은 시세 대비 가격하락폭이 크지는 않는 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마지막 주(11월 2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매가격은 0.01% 떨어졌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0.01%→-0.01%)은 하락, 서울(0.03%→0.00%)은 보합, 지방(0.00%→-0.02%)은 하락 전환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급매물 위주 매수 문의가 존재하나,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낮아지며 거래가 줄고 관망세가 깊어지고 있다"며 "매물이 누적되며 매도 희망가가 하락 조정되는 등 서울도 보합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실거래 건수도 감소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 건수는 올해 8월 3858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 9월 3376건, 10월 2312건, 11월 1157건으로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11월 727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전 분위기보단 나아졌음을 시사하지만, 올해 절정이었던 여름과 비교해서는 매수세가 사그라든 모습이다.

업계는 짧은 사이 집값이 빠르게 올랐고,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축소, 비수기까지 더해지며 매수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내년 신생아특례대출 출시 전까지 저가 급매물 위주로 간간이 계약 체결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매물이 당분간 거래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일시적 2주택 기간 요건의 완화를 비롯해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해와 달리 급매물 기준이 높아졌고, 침체기 시절 수준의 급매물은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해 세율이 인하됐고, 조정 지역 2주택자 및 과세표준 12억원 이하 중과가 폐지됐다. 기본공제금액이 6억원→9억원(1세대 1주택자 11억원→12억원)으로 인상, 지방 저가주택 적용범위가 확대(수도권 내 연천·강화·옹진 추가)됐다. 일시적 2주택 기간 요건도 완화(2년→3년)되는 등 전반적으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와 기본공제 확대 등 세 부담 완화 정책들이 맞물린 결과 올해 '반포 아리팍'을 보유한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지난해보다 무려 7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26억8천300만원이다. 이에 대한 종부세는 1세대 1주택자 기준 587만6천원이다.

만약 이 아파트를 포함해 주택을 2채 보유한 1세대 2주택자라면, 이 아파트에 대해 내야 하는 종부세는 1천144만5천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8억8천900만원, 2주택자가 낸 종부세는 5천100만9천원이었다. 1년 새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변동 폭은 미미했지만, 종부세 부담은 8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시장 금리 부담은 남았지만, 지난 2020년 수준으로 세금 부담이 낮아졌고 부동산 상·하방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굳이 집을 내쫓기듯 팔아야 하는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실거래가나 시세 및 호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늬만 급매'가 늘고 있다.

역삼 일원 1000세대 규모의 노후아파트 전용 84㎡ 기준 급매물이 1건이 존재하나, 비슷한 층수 매물이 급매와 동일한 18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서초동 일원 신축 단지 전용 59㎡는 급매물이 23억원에 나와 있으나, 동일면적대 고층 매물이 이보다 3000만원 저렴한 가격에 책정돼 있다.

임차 수요가 풍부한 도곡동 일원 3000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급매와 일반 매물 호가 차이가 거의 없다. 단지 전용 59㎡는 현재 급매물로 21억5000만원 매물이 나와 있으나 중층 이상 매물이 똑같은 가격대에 다수 나와있고, 심지어 올수리, 확장 매물의 경우 2~3000만원 더 투자할 경우 매입이 가능하다.

역삼동 일원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라고 하면 적어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는 저렴해야 급매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엔 집주인이 급매로 내놓거나, 급매임을 표시해달라고 하는 매물 대부분 직전 시세와 비슷하거나 현재 호가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조금 조정이 가능하다는 얘긴데, 보통 2~3000만원 내에서 절충할 수 있다"며 "빨리 팔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곤 있지만, 실제 급매라고 해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지 않는다. 지금 분위기가 그렇다"고 덧붙였다.

서초동 D부동산 대표는 "진짜 급매는 올리기도 전에 나간다. 지난해 말에도 한 고객이 거의 매주 찾아와 급매가 나오면 올리기 전 연락 달라고 하도 애원해 매물 등록을 하지 않고 집주인이 매도 의사 밝힌 지 1시간 만에 가계약금이 입금돼 계약이 성사됐다"며 "게다가 요즘엔 종부세 부담도 크게 낮아져 그때와 같은 급매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침체기일 때 1~2억 싼 급매가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5000만원 저렴한 급매도 잘 없다"며 "다시 또 급매 찾는 사람만 늘었지, 집주인들의 압박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세 부담이 우선 낮아졌으니, 옛날처럼 급하게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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