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온라인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접근한 뒤 연애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가해자 상당수가 국적과 직업은 물론 성별까지 바꾸는 수법을 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학계에 따르면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지 '한국범죄학'에 실은 논문에서 로맨스 스캠 범죄로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73건 판결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사용된 로맨스 스캠 시나리오는 '돈과 선물을 보내려고 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해달라'라는 수법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본인이나 가족의 처지가 어렵다고 호소하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19%, 짐을 보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내달라는 경우는 15%였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 따라 다양한 직업과 국적, 성별을 혼합해 사칭하는 특징을 보였다. 한 가해자는 '시리아에 파병 온 한국계 미군 여성', '시카고에 거주하는 컨설턴트', '한국에 진료차 올 예정인 미국 의사' 등으로 행세를 하며 돈을 뜯어냈다.
또 '폴란드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영국 금융감독원 고위 여성 간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소장' 등을 번갈아 사칭한 가해자도 있었다.
이들이 사칭하는 국적은 미국이 43%로 가장 많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예멘, 프랑스도 자주 이용됐다. 사칭 직업은 군인이 32%로 가장 많았으며 의사(15%), 승무원(2%), 회사원(2%) 등이 뒤를 이었다.
남자와 여자를 혼합해 사기를 친 경우도 25%나 됐다. 박 교수는 "가해자들은 실제 성별과 상관없이 만들어 낸 프로필의 성별을 피해자에 맞춰 던지는 방식으로 성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수십억대 투자사기 혐의가 드러나 구속기소된 전청조(27)씨도 즉석 만남 앱에서 '결혼을 원하는 부유한 20대 여성'을 사칭해서 사기 행각을 벌였고,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남성 행세를 하며 돈을 뜯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다른 사기 사건과 달리 로맨스 스캠 범죄는 피해자가 숨게 된다"며 "피해자들의 신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예방 작용이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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