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고양이가 떨어뜨린 돌 때문에 파손된 줄로만 알았던 차량 앞 유리가 알고 보니 이른바 '캣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13일 저녁 서울시 중구에서 계단형 옹벽 바로 옆에 주차한 A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A씨에게 전화를 건 이는 자신을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고 밝히며 "차 유리가 깨져 있어 연락드린다"며 "고양이들끼리 싸우다가 옹벽 위에서 돌을 떨어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선의로 알려준 여성에 대한 고마움을 안고 주차된 곳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러나 예상 밖의 상황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고양이들이 돌을 떨어뜨려 부서진 것 치고는 차량이 너무 크게 파손됐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보험 처리와 파손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한 뒤 블랙박스 영상도 돌려봤다. A씨와 경찰 모두 경악했다.
영상에는 검은색 외투를 입은 여성이 바로 옆 옹벽에서 균형을 잃고 차 위로 떨어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차 앞 유리에 추락한 여성은 얼른 차에서 내려와 파손 부위를 살펴보는 듯하더니 자리를 떠났다.
이후 여성은 다시 현장으로 뭔가를 들고 와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다.
A씨는 자차 보험으로 앞 유리 교체와 찌그러진 보닛도 수리했다. 본인부담금과 차량 렌트비 등으로 본의 아니게 수십만 원 상당이 지출됐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뜻밖에도 A씨에게 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며 연락해 온 여성과 동일 인물이었다.
A씨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지 파악 중이다. 그는 "통화 당시 너무 태연하고 당당하게 말해서 진짜 나는 100% 믿었다. 정말 고양이를 위한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고양이 탓으로 돌려 면피하려고 했다는 게 일반인들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여성은 범행이 발각되자 A씨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사과 문자에는 "사실대로 말하려 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인간의 나약함을 보셨다고 생각하고 너그러운 아량으로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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