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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이 문제가 아니다"…'덜덜' 떠는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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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강제매각'에 알리 등 중국 플랫폼 점유율 확대 영향
SSG닷컴·컬리·오아시스마켓 IPO 미루고…11번가는 '포기'
코로나19 때 언택트 소비 흐름 속 급격 성장 이후 성장 둔화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이커머스 업계가 혹한기를 겪고 있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초 SSG닷컴,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이 차례로 기업공개(IPO) 시기를 미뤘는데 11번가마저 IPO를 포기하고 재무적투자자(FI)에 의한 강제매각 수순을 밟게 되면서다.

앞서 싱가포르 기업 큐텐에 매각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에 이어 11번가까지 외국계 기업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국내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데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세까지 이어지고 있어 업계는 성장을 위한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11번가 사옥이 위치한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건물에 11번가 로고 조명이 켜져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11번가 최대 주주인 SK스퀘어가 11번가 사업을 계속 가져가는 대신 강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관련 업계도 향후 펼쳐질 매각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스퀘어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조건은 5년 내 11번가의 IPO였다. 이에 실패할 경우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활용해 투자금에 연 8% 이자를 더해 FI 지분을 사들이거나, FI가 SK스퀘어가 가진 11번가 지분(80% 이상)까지 모두 매각하는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업계는 11번가의 강제 매각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어서다. 이커머스가 아닌 국내 전체적인 산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이커머스의 경우 코로나19 언택트(비대면) 소비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한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다소 둔화한 편이다. 전체적인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여행·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주력 제품인 공산품의 경우 최저가 경쟁이 심해 수익을 크게 챙길 수 없어 점점 상황이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9조17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1조6597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여행(37.2%)이나 e쿠폰서비스(42.8%) 등에서 크게 늘었다. 음·식료품(22.1%), 농축수산물(40.9%)도 크게 증가했지만 이커머스 주력 제품인 공산품 거래액은 소폭 증가하거나 감소했다. 통신기기(-30.1%), 의복(-6.6%), 신발(-6.3%)부분 등에서 거래액이 감소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올해 들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11번가는 티몬이나 위메프에 비해 거래액이나 시장점유율 면에서 위상이 높아서 강제 매각 결정은 다소 충격이었다"며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 업체들도 체력이 좋아야 서로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고 업계 전체도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걱정 반 호기심 반의 마음으로 지켜볼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1번가 점유율은 7%로, 쿠팡·(24.5%)·네이버(23.3%)·신세계그룹(10.1%)에 이은 4위다.

이커머스 로고. [사진=각 사]

또 하나의 국내 이커머스가 외국계 기업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G마켓만이 유일한 국내 토종 이커머스 기업으로 남게 된다. 앞서 올해 9월 티몬을 시작으로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가 싱가포르 기업 큐텐에 매각된 바 있다.

큐텐은 11번가 인수 후보 기업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큐텐은 11번가와 지분 인수 협상을 했는데 협상 막바지 지분 교환 비율을 두고 의견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렬됐다. 11번가의 국내 점유율을 감안할 때 큐텐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큐텐 외에 중국 알리바바와 미국 아마존도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성장을 위한 전략을 고심 중인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중국 이커머스의 성장세도 무섭다. 알리익스프레스 앱은 올해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613만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G마켓(582만명)을 넘어선 수치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고, MAU는 프로모션 등 자금을 투입하면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MAU 증가 속도 자체가 위협적이라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에 들어가 보면 대부분 공산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며 "공산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국내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중국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식품이나 뷰티, 패션 등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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