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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는 선(善), 기업은 악(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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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인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강제로 억누르며 예상치 못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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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업들을 수시로 불러들여 '가격을 올리지 말아달라'며 협조를 구한다지만, 기업은 이를 일종의 '협박'으로 해석하면서다. 정부의 협조 요청을 기업들이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기에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동결하는 시늉을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기업은 국내 영업이익이 하락하기 때문에 결국 '꼼수 판매'를 통해 이윤을 얻고자 하고 시장경제는 무너지게 된다.

'노조' 탓에 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고 주장하던 이들이 정권을 잡자, 기업들은 이제는 '정부' 때문에 국내 대신 해외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볼멘 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 일부 식·음료 기업의 매출 중 절반 이상은 이미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들 제품은 국내보다 훨씬 더 비싸게 팔린다. 해외서는 가격을 두고 정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탓이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제품 용량을 소리소문없이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탑승하거나, 낱개 상품보다 묶음 상품을 더 비싸게 판매하는 '번들플레이션'으로 정부와 소비자 눈속임에 나서기도 했다. 원재료 비율과 중량을 낮춘 기업은 이제 흔하다.

정부는 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를 파악하겠다며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한국소비자원 등이 모여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12월 중에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다.

결과에 따라 정부는 이를 비판하며 또다시 기업에 제품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일종의 기만이며 엄중한 문제"라고 이미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상태다. 일종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하에도 오히려 가격을 올리거나 이마저 실패하면 소비자를 속여서라도 이윤만 추구하는 존재로 비친다. 반대로 정부는 이런 '나쁜 기업'을 찾아 혼내주는, 일종의 선(善)과 악(惡) 구조가 그려지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제품 가격이 오르면 판매율이 하락하고, 판매율이 하락하면 제품가는 내려가게 되어 있다. 시장 경제의 가장 기본이다. 하지만 식·음료 시장에서만큼은 이 같은 경제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지난 7월 밀 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정부는 라면·제분 업계를 압박해 결국 '50원 인하'를 끌어냈고, 원윳값은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지만, 우윳값은 '3000원 이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격을 거의 동결했다. 소주와 맥주도 지난 2월 가격 인상을 검토했다가 유예 후 10월 제품가를 올렸다.

정부는 최근 또다시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다며 라면값을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케첩 가격을 예정했던 한 기업은 이를 철회했다.

라면 가격 인하에서는 일부 품목, 비인기상품 가격만 낮아졌고 흰우유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가공유와 치즈 등은 더 크게 오르기도 하며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시대가 변화한 만큼 정부는 '관치경제'로 보여주기식 물가안정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자유경제에 맡는 실질적 대책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물가플레이션'으로 국민을 눈속임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인들 사이에서 가장 시장경제를 잘 알 것 같은 윤석열정부가, 가장 시장 배반적 경제를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새겨야 한다. 제품가를 정하는 것은 기업이고 제품을 선택하거나 거부하는 것도 소비자의 자유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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