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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노리는 하림…익산 '푸드 트라이앵글'에서 보이는 것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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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주위에 주요 생산거점 밀집…종합식품기업 꿈꾸며 해운산업 진출 노린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하림, 하면 닭고기만 떠오르는 게 아쉽죠. 다양한 원재료의 생산부터 최종적으로 완제품 배송까지 아우르는 이미지가 각인되도록 더 달리려 합니다."

23일 찾은 전라북도 익산시는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꿈꾸는 하림그룹이 핵심 생산거점으로 낙점한 곳이다. 하림 도계 및 가공을 담당하는 '닭고기 종합처리센터(13만5445㎡)', 간편식 완제품을 만드는 '퍼스트키친(12만3429㎡)', 국가식품클러스터 '푸드폴리스(5만3623㎡)'가 직선거리 10㎞ 안팎에 자리 잡고 있다. 세 곳의 주요 생산설비를 이으면 삼각형 모양이라 하림의 '푸드 트라이앵글'이란 별칭도 붙었다.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전경. [사진=전다윗 기자]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전경. [사진=전다윗 기자]

지난해 기준 하림은 우리나라 닭고기 생산 1위 업체다.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국내 닭고기 시장의 31.3%를 점유하고 있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는 하림이 특히 공들여 만든 핵심 생산기지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600억원을 들여 스마트팩토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최첨단 도계 및 가공 설비, 동물복지 및 환경친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는 하루 평균 70만 마리, 성수기엔 최고 120만 마리까지 닭고기를 생산한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를 둘러보는 내내 하림 관계자들이 강조한 건 '동물복지'와 '신선함'이다. 하림 관계자는 "육계 생산 과정에서 이 두 가지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세심히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닭고기들이 도계 공정 중 '에어칠링'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하림]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닭고기들이 도계 공정 중 '에어칠링'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하림]

대표적 공정이 '가스스터닝'과, '에어칠링'이다. 가스스터닝은 도계 전 가스를 사용해 닭을 잠들게 하는 기법이다. 통상 도계장에서는 전기 충격 방식을 사용해 기절시키지만, 이 과정에서 모세혈관이 터져 내부에 피가 남을 수 있다. 이렇게 남아있는 피는 비린내의 원인이 된다.

에어칠링은 차가운 공기만을 이용해 닭고기 육심온도를 2도씨까지 신속하게 낮추는 단계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워터칠링(닭고기를 얼음물에 담가 온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은 수분이 흡수돼 풍미를 훼손될 수 있다. 교차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가스스터닝, 에어칠링 공정 뒤에 진행하는 내장 적출 과정과 검수 과정 등은 최근 재정비됐다. 지난달 마트에서 판매된 하림 브랜드 생닭에서 벌레가 다량 발견된 '생닭 벌레' 사건 때문이다. 내장을 자동 집게형 스푼을 사용해 몸체와 분리하는 내장 적출 과정에서 모이주머니가 걸려 찢어지면서, 닭이 절식 과정서 섭취한 애벌레가 발견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림은 논란 이후 농가 단계부터 전수 조사해 위생 점검에 들어갔으며, 현재는 포장 전 마지막 단계에서 닭의 내부를 맨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추가했다.

하림 퍼스트키친 전경. [사진=하림]
하림 퍼스트키친 전경. [사진=하림]

퍼스트키친은 하림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제품들을 연구·개발·생산하는 공간이다. 제품 라인별로 총 3개동으로 이뤄졌다. K1 공장에서는 육수, HMR, 육가공, 소스 등을 K2에서는 면류를, K3에선 즉석밥을 생산한다.

퍼스트키친이란 이름은 주방이 점차 조리보다는 식사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부분에 착안해 네이밍한 것으로, 각 가정의 주방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하림이 HMR 대신 사용하는 HMI(Home meal itself) 역시 가정식 그 자체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하림 퍼스트키친 즉석밥 생산 과정. 뜨거운 물을 분사해 뜸을 들이고 있다. [사진=하림]
하림 퍼스트키친 즉석밥 생산 과정. 뜨거운 물을 분사해 뜸을 들이고 있다. [사진=하림]

하림이 경쟁사 대비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 진행하는 공정들도 눈에 띄었다. 육수 공정의 경우 MSG 등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자연재료를 20시간 동안 우려낸다. 건면 생산 라인은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120도씨 이상의 바람을 면에 분사해 건조시키는 'Z-노즐' 공법을 사용한다. 즉석밥은 '집밥' 맛을 구현하기 위해 밥과 물만을 사용해 짓는다. 뜸 들이는 방식도 차별화했다. 100도 이상 뜨거운 물을 12분간 분사해 천천히 뜸을 들인다. 이렇게 하면 포장 필름과 밥 사이에 공기층이 생성돼 밥알이 눌리지 않고, 밥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돼 고슬고슬한 맛을 살릴 수 있다.

하림은 K1 공장과 K3 공장 사이에 온라인 물류센터도 짓고 있다. 지상 6층, 지하 1층 등 총 7층 높이다. 연말 완공될 예정으로, 5~6개월의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완공 후 각 공장과 컨베이너 벨트 브릿지를 연결해 생산 제품들을 곧바로 받아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집으로 배송하는 D2C(Direct to Customer)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하림의 최종 목표다. 하림 관계자는 "원재료부터 제품 생산, 배송까지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이 목표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면 현재 약점으로 꼽히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하림은 HMM 인수전에 나서 동원산업과 경쟁구도를 이루게 됐다. 종합식품기업 도약과 함께 해운사까지 품겠다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HMM의 매각 대상 지분 57.9%(약 3억9879만주)의 가치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칠 경우 7조7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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