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전 하나은행장)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3일 서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우인정·선민정·송승훈)는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함 회장의 1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나은행에는 700만원의 벌금을 내렸다.
재판부는 "함영주 피고인이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로 인해 정당하게 합격해야 할 지원자가 탈락했다"며 "피고인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고 보이지만, 하나은행의 이익을 위해 개입한 것으로 볼 측면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박정훈 지원자의 합숙 면접 부정 합격 등의 업무 방해, 2015년과 2016년 각 남녀 고용 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무죄 부분을 파기한다"고 선고했다.
함 회장은 은행장으로 있던 2015년 공채 당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2018년 6월 기소됐다. 2015년과 2016년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 1로 해 남자를 많이 뽑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원심에선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함 회장은 사실상 연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함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 25일까지다. 함 회장은 지난해 3월 11일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가까스로 회장에 올랐지만, 당시 주주들과 일부 사외이사들이 제기했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했다. 당시 함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율은 39.4%에 달했다.
하나금융지주 내부 정관에선 최고 경영자의 자격 요건에 '윤리도덕적 원칙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사실상 연임이 힘들다.
함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뜻을 밝혔다. 함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진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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