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수조원의 상생 금융 안을 요구하면서 금융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은행 이자수익에 세금을 묻는 법안은 이중과세로 입법에 한계가 있자, 우회적으로 사실상 세금을 물렸다는 지적이다. 상생 금융의 대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한정했다는 점도 표심을 노리는 국회의 포퓰리즘을 의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회장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지주회사도 횡재세 규모가 그 정도면 국회에서 이 정도 바라는 것이구나 생각할 것"이라면서 "법을 통하는 것보단 당국과 논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하는 게 훨씬 유연하고 세부 사항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 초과수익에 대해 최대 40%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 금융회사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을 때, 넘는 금액에 최대 40%까지 '상생 금융 기여금'으로 부과·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횡재세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120%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선 환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야가 제시한 방안대로 추산하면 국내은행에서는 약 2조원을 뱉어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이중과세인 법인세 구조에서 또 한 번의 중과세를 당한다. 4단계로 늘어져 있는 누진 세제 탓이다. 영업이익이 3000억원 넘는 기업의 법인세율은 24%로, 최저세율 적용 기업(9%)에 비해 3배 가까운 고율을 적용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나라의 법인세 과표구간은 1~2단계다. 3단계를 넘는 나라는 38개국 중 룩셈부르크(3단계), 한국(4단계), 코스타리카(5단계) 등 단 3개국뿐이다.
여기에 120%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으면 사실상 4중 과세다. 국내에서 그간 두 차례 횡재세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중과세 문제로 무산됐다. 김 위원장이 환수 금액에 대해 못 박지 않고 자발적으로 갹출하자는 유연함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이중과세 함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초과 인세라는 항목을 만들어도 형평성이나 공정성에 위배돼 법적으로 거둘 수가 없다"며 "입법의 한계를 모를 리 없는 금융위에선 당국과 논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상생 금융 대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집중돼 있단 점도 포퓰리즘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전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그래도 우리 사회의 제일 먼저 신경 써야 할 취약계층이고,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서민금융프로그램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단돈 50만원이 없어 서민금융진흥원을 찾는 사람들"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이미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금융당국마저 포퓰리즘을 의식한 정책에 휘둘리고 있다"며 "내년에는 업황도 좋지 않은데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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