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이동전화 유심 1개를 개통하면 여러 개의 번호를 만들 수 있는 현행 알뜰폰 개통방식의 허점을 이용해 2만개가 넘는 카카오톡 ‘대포계정’을 만들어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사기와 공갈방조 혐의로 60명을 검거하고 이중 총책 A씨(20대) 등 주범 12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주범 연령대는 대부분 20대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휴대전화 유심을 구입한 뒤 여러 개의 번호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총 2만4883개의 카카오톡 대포 계정을 만들어 피싱 사기 등 범죄조직에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판매 대가로 22억627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 수익금은 유흥비나 생활비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인들에게 범행 수법을 알려주고 서울 소재 원룸 등에 사무실을 차려 조직적 유통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자신들의 명의로 알뜰폰 유심을 개통하고 당일 해지해도 통신사에서 제재받지 않은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가입비가 저렴한 알뜰폰 유심은 개당 번호 변경 방식으로 최대 5개의 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다. 고객센터에 번호 변경 신청서만 제출하면 손쉽게 번호를 바꿀 수 있다.
이들은 범죄 조직이 각 번호를 이용해 카톡 계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번호 인증을 원격으로 해주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 카톡 계정 1개당 2만5000원~3만원에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카톡 계정을 양도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본인이 직접 개설한 카톡 계정을 타인에게 통신용으로 제공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대포 계정을 구입한 조직은 보이스피싱, 몸캠피싱, 투자사기 등 각종 범행에 계정을 사용했다.
특히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권하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도 조직이 카톡 계정으로 학부모들을 협박하는 데 사용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A씨 등 일당이 판매한 계정은 2만4883개로 확인됐으나 경찰은 이들이 만든 추가 계정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일당이 사용한 카톡 계정 6023개를 차단 조치하고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58개와 유심 199개를 압수했다. 또 법원의 추징보전 결정으로 범죄 수익 14억4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을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히 형사처벌 대상이다. 본인 계정이 다른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 방조범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며 “카카오톡으로 거래를 한다든지 상대방이 금전을 요구할 시 반드시 상대방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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