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각계의 국민 60여명과 만났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이라고 소개한 참석자가 사실은 매출 100억원대의 중소기업 대표였고, 택시 기사라고 밝힌 참석자는 여당인 국민의힘 당직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자신을 '부산에서 온 택시 기사'라고 소개한 남성은 '카카오 택시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고, 수산물 제조업을 하는 소상공인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대출금리가 뛰어 힘들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윤 대통령은 이들의 말을 듣고 "카카오택시 횡포는 부도덕하다", "은행이 갑질을 많이 한다"며 동감을 표시했다. 이어 "잘 경청해서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참석자들의 이력에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김포 수산물 제조 소상공인'이라고 소개한 참석자는, 알고 보니 직원 수가 20명이 넘고, 지난해 매출도 100억원이 넘는 중소기업 대표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소상공인은 상시근로자 10명 미만인 사업장으로 정의돼 있다.
아울러 '택시 기사'라고 소개된 참석자는 현재는 택시 운전을 하지 않는 부산 개인택시조합 이사장에, 국민의힘 당직을 맡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지방선거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후보인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지난 1일 개최한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바꾸라"고 지시해,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의 시민 60여명을 초청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자는 취지의 자리였다.
지난 7일에는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야당이 공방을 벌였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가 진행한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자 문제를 제기하자 김대기 비서실장은 "참석자는 각 부처에 의뢰한다"며 "부처에서 전국택시조합에 의뢰했고 거기서 추천된 사람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신영대 의원은 "소상공인 대책과 무관한 사람을 데려다 놓고 소상공인 대출 정책을 논한 것은 대한민국의 400만명 소상공인을 우롱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지율이 떨어지자 민생타운홀을 가장한 민생 쇼를 벌인 것이냐"며 "대통령실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닌 제대로 된 민생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방송사 주관의 '국민과의 대화'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회, 이명박 전 대통령은 1회 진행한 바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는 국민과의 대화가 열리지 않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