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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일회용 컵'의 습격…환경부는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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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부처 본연의 임무 잊은 듯

그린피스가 7일 발표한 ‘재사용이 미래다’ 보고서를 보면 일회용컵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모든 항목에서 환경성과가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가 7일 발표한 ‘재사용이 미래다’ 보고서를 보면 일회용컵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모든 항목에서 환경성과가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그린피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1.

A 씨는 카페에서 음료를 시킬 때마다 다회용 컵을 사용한다.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면 편리하기는 한데 추가 요금을 내야하고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물론 다회용 컵을 사용할 때 보증금을 먼저 내야 한다. 이용한 후 무인 다회용컵 반납기를 이용하면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2.

B 씨는 늘 가방에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출퇴근길에 커피 등을 시켜먹을 때 자신의 텀블러를 이용한다. 갖고 다니기에 조금 불편한데 자신의 컵에 음료를 직접 담아 마실 수 있어 나쁘지 않다. 300~400원의 할인도 받을 수 있어 더 좋다.

그린피스가 내놓은 ‘재사용이 미래다’ 보고서 주요 내용 중 하나.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가 내놓은 ‘재사용이 미래다’ 보고서 주요 내용 중 하나. [사진=그린피스]

다회용컵 사용과 텀블러 이용은 장려하고, 일회용 컵 사용에 따른 규제는 강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일회용 컵을 줄여나가는 게 기본이다. 이 같은 시스템 정착이 쓰레기와 플라스틱 급증 시대에 가장 기본 시스템인데 우리나라는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최근 일회용 컵을 사용하더라도 규제하지 않겠다고 환경부가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규제당국이 규제하지 않겠다고 나선 마당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 코팅 종이컵 등 친환경적이지 않는 컵) 사용금지 조치를 시행해 오고 있다. 다만 그동안의 관행을 한 순간에 바꿀 수 없어 이를 어겼을 때 부과하는 과태료 처분은 1년 동안 유예했다. 일정기간 계도기간을 둔 셈이다.

환경부가 돌연 이 방침을 뒤집었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지난 7일 관련 방침을 변경해 ‘규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을 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거다.

환경부는 ‘계도기간의 무한 연장’ 방침의 이유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은 주로 종이 빨대, 생분해성빨대 등을 사용했는데 소비자 불만이 컸다고 지적했다.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여기에 일부 사업자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가격이 2.5배 이상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했는데도 고객 불만을 들어야 하는 '이중고통'을 겪고 있다고 항변했다.

환경부의 방침을 두고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환경부의 고유 업무가 환경을 보전하고 관련 정책에 있어 환경 파괴적 요인이 있다면 이를 찾아 규제하는 데 있는데 마치 ‘진흥부처’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종이 빨대 등의 소비자 불만, 소상인의 이중고통(고객 불만과 값비싼 비용)이 있다면 이는 관련 기술개발과 소상공인 지원 등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관련 규제를 하고, 진흥부처(산업부 등)에서는 기술개발과 적극적 지원에 나서는 게 기본 시스템인데 이 역할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그린피스 측은 환경부의 관련 발표를 두고 “정부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환경부는 지난 1년 동안의 계도기간 동안 소상공인을 지원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대신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회용품 규제에서 제외된 종이컵은 플라스틱 코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빨대와 비닐봉투에 대해서도 무한계도기간을 줬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사실상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그린피스는 최근 일회용 컵과 재사용컵의 환경성과 전 과정 평가(LCA) 비교 보고서를 펴냈다. ‘재사용이 미래다’라는 보고서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폴리에틸렌(PE) 코팅된 종이컵을 포함한 일회용컵과 다회용컵 시스템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PE 종이컵은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함께 생산단계에서 막대한 환경영향 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생산단계에서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사용횟수를 늘리는 재사용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PE 종이컵은 목재 펄프 생산과 종이 가공에 자원을 사용해 물 고갈과 농경지 점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종이컵과 폴리프로필렌 뚜껑을 위한 플라스틱 생산은 화석연료 고갈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재사용이 미래다’라는 보고서 구체적 내용을 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국내에서만 연간 2억500만kg 이상의 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약 9만2000대 이상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에 맞먹는 규모이다. 또한 연간 180만㎥(세제곱미터) 이상의 물과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피스 측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과 플라스틱 오염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에 있어서 종이컵을 포함한 재사용 시스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한 일회용품 절감 정책에서 유예와 계도를 반복하고 계획의 번복하는 등 일관성 없고 퇴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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