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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품 같은 가품'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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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의류부터 화장품, 전자제품은 물론 국회의원 배지까지.

몇 번의 터치만으로 진짜처럼 정교하게 제작된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바야흐로 '짝퉁의 시대'다. 위조품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지속됐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가품이 더욱 활개치기 쉬운 환경이 됐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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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해는 심각하다. 가품임을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있을 테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정품인 줄 알고 속아서 물건을 산다. 판매자들이 제품 설명 과정에서 정품임을 강조하는 데다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네이버, 쿠팡, 11번가, 지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플랫폼 간판을 달고 있으니 신뢰도가 보장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짝퉁이 넘쳐나는 상황 속 판매자와 그에 따른 수수료를 챙기는 이커머스는 웃고 소비자와 정품 브랜드만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향수, 화장품의 경우에는 정·가품 구별이 어려워 피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6년간 특허청에 적발·압수된 위조 상품 총 867만점 중 가장 많은 짝퉁 품목은 의류(75만2412점)에 이어 화장품류(50만8634점)로 높게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플랫폼 업체는 통신판매중개자일뿐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에 대한 법정 책임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가품이 의심돼 문의한 소비자에게 "사비를 들여 품질 검사를 직접 해보고 짝퉁인 것으로 판명 날 경우 결제 금액을 돌려주겠다"고 답하는 곳도 있다. 시장은 열어주고 수수료는 챙기지만 책임은 온전히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가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한 샤넬 향수는 가품으로 드러났는데 식약처의 판매금지 수치를 넘어선 메탄올과 소변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햇빛 아래에서는 검은색 이물질이 떠다니는 것도 볼 수 있다. 네이버뿐 아니라 국내 다수 이커머스와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플랫폼사는 "가품이 유통되는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뿐이다.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해 가품을 차단하고 가품 판매 적발 시 해당 판매자의 자격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수준에 불과하다. 수많은 판매자가 올린 상품을 전부 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건 이커머스 업체도 잘 알고 있다. 또한 가품 판매한 것이 들통나 자격 정지된 판매자가 다시 다른 사람 계정으로 만드는 것까지 알아낼 방법도 없다.

플랫폼 업체는 가품을 막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알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정품임을 인증한 판매자만 물건을 팔 수 있도록 장벽을 높이면 가품 문제는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판매자 유입이 어려워 판매 제품 수가 기존보다 대폭 줄어들 수 있다. 판매되는 제품이 많아야 최저가 경쟁이 활발해져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판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데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이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렇게 짝퉁 문제는 한쪽에선 "가품이 넘쳐난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다른 한쪽에선 "잘 대처하고 있다"는 입장만 수년째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가품 문제를 방치한다면 종국엔 플랫폼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내가 다니는 회사여서 구매 시 추가 혜택이 있지만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고 할 때 가격이 너무 싸면 의심이 돼 공식 인증받은 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대신 소비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국회와 관련 기관 역시 보여주기식 지적에 그치지 않고 개선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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