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으로 국민의힘이 쇄신의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민생 우선'이라는 의지 표명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는 메시지다. 발언 수위를 낮춰 정쟁 유발을 방지하고 민생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당의 최종 쇄신 평가는 출범을 앞둔 혁신위원회의 행보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당내에선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與, 정쟁성 현수막 철거…이재명 방탄→민생 '전환'
국민의힘은 20일 국회 근처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에 게시됐던 '대법원장 임명 부결·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철거했다. 이 위치에는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우리공화당 등 다수 정당의 정쟁성 현수막이 게시되던 곳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독재·오만과 독선 폭주를 멈춰라', 우리공화당은 '반역적 9·19 군사합의 폐기하라' 등 상대를 비난하는 표현이 주를 이룬 현수막이 다수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국민 뜻대로 민생 속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새 현수막을 걸었다. 해당 현수막은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뿐만 아니라 국회 정문 앞 대로변에도 동일하게 설치됐다. 여당이 현수막 문구를 교체한 것은 '민생'을 당의 주요 개념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 표명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전국에 게첩 돼 있는 모든 정쟁형 현수막을 지금 이 시간부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사무총장을 통해 각 당협별로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민생·경청 등 (키워드가) 당분간 우리 당의 주요 모토 내지 개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의 메시지도 민생을 부각하는 동시에 수위 조절에도 나선 상황이다. 전날(19일) '김기현 2기 지도부' 체제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와 국정감사대책회의(20일)에선 다수 최고위원이 정쟁성 메시지를 자제하고 의대 입학정원 확대, 경제, 취약계층 등 민생과 관련한 주제를 언급했다. 이와 함께 '지역 필수 의료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국민적 관심과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김기현 대표는 "우리 당이 과연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차분하지만 확실하고 내실 있는 변화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메시지 역시 민생 위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민생 부각과 함께 메시지 수위도 낮춰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이 홍보 방향을 전체적으로 바꾼 것 같다"며 "발언이나 논평 등도 민생 위주거나 과도하게 비판적이지 않도록 방향을 잡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수위 조절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 쇄신 방점은 '혁신위'…인물난 속 혁신 범위 우려도
국민의힘 내에선 출범을 앞둔 혁신위원회가 당의 쇄신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민주당 혁신위와의 비교, 인적쇄신, 당 체질 개선 방향성 등 논란의 여지에 대한 불안감도 공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위원장 인선이 혁신위 방향성을 정하는 만큼, 당 체질 변화를 이끌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비롯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굵직한 인물들이 혁신위 수장으로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하태경 의원, 윤희숙 전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국민의힘과 합당 예정) 등 인사들도 언급되고 있다. 과거 여러 조직을 이끈 경험이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와 이들보다 비교적 참신한 인사 등 지도부로선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 만큼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인물난에 대해 "부정하지 않지만, 우리 당이 혁신하는 데 있어서 의미가 있고 상징적인 분을 모셔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면서 "다소 늦더라도 옳게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결국 위원장 인선을 예고한 이번 주말을 넘기면서까지 김 대표가 숙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당 관계자는 "위원장 인선도 중요한 문제지만, 출범 이유인 당 체질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혁신할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민주당 혁신위처럼 인적 쇄신이나 공천처럼 당내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혁신안은 당의 현재 변화를 저하할 내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정 인사로 인해 현재 당 안팎으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신당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을 포용하고 당 주류와 오히려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 측면에서 김웅 의원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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