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3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14일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품질 경영과 함께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체질 전환을 이끌면서 3년 만에 압도적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연기관차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겠다'는 전략이 빛을 발한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684만5000대를 팔아 토요타·폭스바겐에 이어 사상 첫 톱3에 올라섰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365만7563대를 판매해 4위인 스텔란티스와의 격차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가까이 벌렸다.
상반기 기준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액은 129조9633억 원, 영업이익은 14조1076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양사 합산 연 매출이 사상 처음 260조원, 영업이익 2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에는 정 회장이 취임한 해인 2020년과 견줘 매출액은 100조 원, 영업이익은 6배가량 뛰어오를 전망이다.
정 회장은 품질과 상표가치 등으로 대변되는 질적 성장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내구품질조사(VDS)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 글로벌 전동화 톱티어 리더십 확보 위해 전진
정 회장의 정 회장의 지휘 아래 전동화 분야도 선도하고 있다. 정 회장은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주도했다. 그 결과 E-GMP 기반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 아이오닉6 등은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했다.
아울러 2030년 총 364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글로벌 전동화 톱티어(Top-Tier) 리더십 확보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톱3에 해당하는 목표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9조5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성능 향상 및 차세대 배터리 선행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2015년 정의선 당시 부회장 주도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지난 8월 약 7년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고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제네시스는 정 회장이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까지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주도한 바 있다.
제네시스는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 Power)사가 발표한 '2022년 신차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1위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1987년부터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조사로 제네시스는 2017년~2020년 4년 연속 1위, 2021년 2위에 이어 다시 1위에 오르며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제이디파워(J.D. Power)의 '2023 미국 기술 경험 지수 조사(TXI)'에서 경쟁 럭셔리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차세대 모빌리티 '게임체인저'로 우뚝
정 회장은 완성차뿐 아니라 자율주행,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사업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차세대 모빌리티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해 스스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미국 AAM(Advanced Air Mobility·미래 항공 모빌리티) 개발 독립법인 슈퍼널을 통해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항공, KT, 현대건설 등과 함께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는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 있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다. 향후 '움직이는 스마트폰'이 될 전기차가 스스로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하고, 고객들이 스마트폰 앱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개인 서비스 구독을 차량 내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해 1조707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했다.
◇ 부진한 중국 시장 실적 반등이 당면 과제
취임 3년 차를 맞이한 정 회장에게 당면한 과제들도 적지 않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부진을 거듭 중인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반등이 절실하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100만대 선을 가뿐히 넘겼던 판매량은 지난해 40만대 선까지 하락했다. 시장 점유율도 1%대까지 밀리며 존재감이 미비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는 2021년 베이징 1공장 매각에 이어, 현재 충칭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충칭 공장은 물량이 없어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매각설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시장 재도약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성능차 위주로 중국 내 판매 라인업을 개편해 나가고 있다. 준중형 SUV '무파사', '엘란트라N(아반떼 N)'을 출시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전기차 모델만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중국 전동화 시장 공략을 위해 이원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기차 EV5를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생산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던 위급한 시기였다"며 "당면한 과제들에 대해 정 회장과 경영진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 마련에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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